불법 SW 쓰면 美수출 막힌다

입력 2014-01-23 22:25   수정 2014-01-24 03:57

美 36개주 '무역장벽'…5개 中企 제소 당할 뻔
부품사 '불법'땐 완제품 업체도 판매금지



[ 김희경 기자 ] ‘불법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금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미국 불공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Act)조항이 새 무역장벽으로 떠올랐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업뿐만 아니라 부품을 사다 쓴 제조업체도 판매금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 법무법인, 정보기술(IT) 관련 기업 등에 따르면 5개 중소기업이 지난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썼다는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제소당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합의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됐으나 원저작권을 갖고 있는 회사에 상당한 금액을 배상해 판매금지 조치까지는 당하지 않았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판매금지하는 미국 불공정경쟁법은 2010년 루이지애나주에서 처음 제정됐다. 불법 소프트웨어로 제품을 만든 사실이 적발되면 △최고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의 벌금 △원저작권자 소프트웨어 업체의 손해액 또는 불법 소프트웨어 소매가 이상의 손해배상 △판매금지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 2011년에는 워싱턴주가 이 법을 도입했고 지난해 매사추세츠주 등 36개주로 확대됐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72%가 이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정품만 쓰더라도 직원 개인이 불법으로 깔아 쓰면 이 법에 걸린다. 부품업체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완제품 제조업체도 판매금지 당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 벌금을 부과하거나 판매금지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도 브라질 태국 등에서는 판매금지 당한 기업이 실제로 나왔다.

한국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미국 불공정경쟁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 법무법인 등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오성택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홍보부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불공정경쟁법을 아는 기업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국 수출을 많이 하는 부품업체들은 이 법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요 저작권사들에 문의해 보니 미국 내 판매 금지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 제품은 거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수출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자동차 휴대폰 TV 등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불공정경쟁법 내용을 많이 궁금해한다”며 “예컨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부품업체에 보내면 나중에 부품업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느냐는 식의 구체적인 질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불법 소프트웨어 적발은 통상 ‘특정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가운데 소프트웨어 구매 기록이 없는 곳을 찾아 중점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도 의류업체 프라티바신텍스, 태국 해산물 가공업체 나롱시푸드컴퍼니,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 등이 이 법에 걸려 수백만달러의 손해배상이나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 법에 비교적 대응을 잘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도요타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설치 교육을 하고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점검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의 얘기다.

통상 전문가인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정품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과 제재는 피하기 어렵다”며 “미국 각주의 법안을 꼼꼼히 검토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 법을 잘 활용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며 “방어적으로만 움직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국 불공정경쟁법

Unfair Competition Act. 미국에서 상품을 파는 기업 중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사실이 적발되면 제재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원가를 부당하게 낮춰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주(州)법으로 미국 내 36개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주마다 적용 범위와 제재 정도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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