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고객에 똑같은 투자는 낭비…20%에 집중해야 효과적

입력 2014-01-24 06:57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5)

경영의 이슈들 - 안상형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파레토의 법칙
유럽 상위 20%가 국부 80% 차지…백화점 20% 단골이 매출 80% 올려

GDP의 함정
상위 소수가 부의 대부분 소유…평균 뒤에 숨은 의미 잘 파악해야



[ 강현우 기자 ]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60년에 80달러였습니다. 2007년 2만20달러로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었습니다. 50년 조금 안되는 시간에 250배 늘어난 겁니다. 우리 모두가 열심히 일한 결과죠. 그런데 이걸 두고 연봉이 250배 뛰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열다섯 번째 시간. ‘경영의 이슈들’ 강의를 맡은 안상형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GDP와 파레토 법칙 등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하나하나 짚어보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1인당 GDP는 ‘중간’이 아니라 ‘평균’

1960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260달러였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1966년부터 1988년까지 20년 넘게 집권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1년부터 1979년까지 비슷한 기간 대통령 자리를 유지했다. 한국이 1인당 GDP 2만달러를 넘은 2007년에 필리핀은 1582달러였다.

“1960년대만 해도 필리핀만큼만 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필리핀은 라몬 막사이사이 전 대통령이 이끌던 1950년대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마르코스 시절에 거꾸로 갔죠.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필리핀 사람들은 일을 안 했을까요?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가장 많은 업적이 나온 시기가 세종대왕 때죠. 당시에 특별히 인재들이 많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월드 팩트북 2008’에 따르면 2007년 지구 전체의 GDP는 53조6400억달러였다. 인구는 66억명으로, 1인당 GDP는 8120달러였다. 1인당 GDP가 1000달러 이하인 인구는 24억명(전체 인구의 36.4%), 2000달러 이하는 30억명(45.5%)이었다. 2458달러였던 중국을 합하면 1인당 GDP 2500달러 이하인 사람이 73%를 차지했다.

“한국이 지구촌 평균을 따라잡은 해는 1988년입니다. 당시 지구촌과 한국의 1인당 GDP가 3400달러로 같았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소위 ‘G7’의 GDP 합계는 30조1400억달러입니다.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인 국가들까지 합하면 37조3980억달러에 달합니다. 전체의 70%죠. 인구는 9억명가량이니까 13%입니다. 지구 인구의 13%가 전체 부의 70%를 갖고 있는 겁니다.”

1인당 GDP가 2만달러라면 4인 가족은 연 8만달러를 번다는 얘기일까. 안 교수는 평균과 중간의 차이를 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GDP를 볼 때 주의할 부분은 GDP는 평균이 아니라 중간이라는 겁니다. 국내에 있는 사람을 재산 순으로 서울부터 부산까지 일렬로 세운다면 추풍령에 있는 사람이 중간이겠죠. 그러나 평균은 수원 즈음에 있을 것이고요. 앞에서 본 것처럼 상위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4인 가족이 연 8만달러 수입을 올린다면 상당히 잘 산다고 보면 됩니다. 경영을 하면 숫자로 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평균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잘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주요 20%에 집중 투자하라”

이탈리아 출신 경제학자 빌프레드 파레토(1848~1923)는 스위스 로잔대 교수 시절인 1906년 유럽 국가들의 국부를 조사한 결과 ‘인구 상위 20%가 전체 국부의 80%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주요 20%가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의 경향이라는 뜻의 ‘파레토 법칙’이 여기에서 나왔다.

“주의할 것은 파레토 법칙이 ‘80 대 20이 돼야 한다’던가 ‘80 대 20이라서 문제다’는 식의 당위성이나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직장에서 보면 전체 근로자의 20%가 전체 작업의 80%의 일을 하죠. 사람마다 능력과 기량이 다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수많은 블로그가 있지만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찾는 블로그는 소수죠. 이처럼 파워 블로거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파레토 법칙의 예로는 ‘백화점은 20%의 단골이 전체 매상의 80%를 올려 준다’ ‘옷장에 걸려 있는 옷 가운데 20%를 80%의 날에 입는다’ ‘하루 성과의 80%는 집중력을 발휘한 20%의 시간에 이뤄진다’ 등이 있다.

“개미의 사회에서도 20%의 개미만 열심히 일을 하고 80%는 논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20%만 따로 떼어놓고 관찰해 보면 그 중에서도 일하는 20%와 빈둥대는 80%가 가려집니다. 파레토 법칙이 기업 경영에 주는 함의는 ‘많은 기업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모든 제품과 고객은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모든 제품과 고객에게 똑같이 투자하는 건 낭비입니다. 주요 20%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

공리(公理)의 사전적인 의미는 ‘일반 사람과 사회에서 두루 통하는 진리나 도리’다. ‘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의 합은 나머지 한 변보다 길다’와 같은 것이 공리다. 안 교수는 경영의 공리는 ‘가치(V)>가격(P)>원가(C)’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시장에 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격>원가’죠.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가격보다 크다고 느낄 때 구매합니다. ‘가치>가격’입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두 입장을 합한 것이 가치>가격>원가입니다. 이것을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가격은 기업이 스스로 정하기보다는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은 원가를 절감해야 합니다. 또 소비자가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하죠.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1만원인 제품을 7000원에 팔면 기업은 제품 한 개를 팔 때마다 소비자에게 3000원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존재라는 것, 이것이 기업의 정당성입니다.”

○열흘 연속 주가 예측에 성공한다?

A는 먼 친척에게 5억원을 상속받았다.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던 A에게 어느 날 팩스가 한 장 왔다. ‘세계주가예측총연맹’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조직에서 보낸 이 팩스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늘 오를 것이다. 증시 개장 즉시 사라’라고 써 있다. A는 그 팩스를 믿지 않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날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다. 이튿날은 ‘LG화학이 오른다’, 사흘째엔 ‘현대자동차가 오른다’ 등 2주 동안 계속 비슷한 팩스가 왔고 신기하게도 모두 내용이 맞았다. 그런데 2주째 되는 팩스에는 ‘앞으로 이 정보를 더 받고 싶으면 200만원을 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2주면 증시 개장 기준으로 열흘이죠. 열흘 동안 내리 주가 상승을 맞힌 겁니다. 순수하게 ‘찍어서’ 주가 상승이나 하락을 맞힐 확률은 2분의 1이죠. 열흘 연속이면 1024분의 1입니다. 우연이 아닌 것 같죠. 수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1만명의 팩스 번호를 확보합니다. 5000명에게는 ‘삼성전자가 오른다’, 5000명에게는 ‘삼성전자가 내린다’고 보냅니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다음 날에는 ‘오른다’고 보냈던 5000명에게만 팩스를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맞힌 쪽에만 계속 보낸 결과 A에게는 열 번 연속 맞힌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것이 ‘확률 2분의 1의 역설’입니다.

○“부분의 합이 전체와 다를 수 있다”

프로야구 타자인 이대한 선수는 전반기에 275타수 104안타, 3할7푼8리를 기록했다. 라이벌 김한국 선수는 110타수 42안타, 3할8푼2리로 이 선수를 앞섰다. 후반기에 이 선수는 125타수 44안타로 3할5푼2리를, 김 선수는 300타수 108안타로 3할6푼을 달성했다. 후반기에도 김 선수가 기록이 좋았다.

그런데 전반기와 후반기 기록을 합해 보니 이 선수는 400타수 148안타로 3할7푼, 김 선수는 410타수 150안타로 3할6푼6리다. 전반기 후반기 모두 김 선수가 앞섰지만 그해 타격왕은 이 선수가 차지했다.

“이처럼 부분의 자료가 전체 자료와 반대의 결과를 낳는 오류를 ‘심슨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심슨의 역설은 기업 경영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가 있는 B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2012년에는 반도체 부문이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으로 5% 이익률을 기록했고 모바일은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25억원으로 이익률 9%를 냈습니다. 2013년에는 반도체가 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 80억원으로 이익률 4%, 모바일이 매출 4000억원에 영업이익 340억원으로 이익률 8.5%가 나왔습니다. 둘 다 이익률이 낮아졌죠. 그런데 두 사업부를 합해 봅시다. 2012년에는 이익률 6.8%인데 2013년에는 7%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뭉뚱그려서 결과가 달라지는 걸 컴파운딩 에러라고 하죠. 숫자는 합할 수 있지만 비율은 합할 수 없는 겁니다. 각 숫자에 가중치를 둬야 컴파운딩 에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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