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제철소 꿈' 7년 만에 실현…현대제철, 제 2도약 불 댕기다

입력 2014-01-24 07:07  

Cover Story - 현대제철

2013년 제 3고로 본격 가동…조강능력 세계 31위서 11위로
현대차그룹 계열에 최첨단 기술력 보유, 탄탄한 재무제표 유지
年 3000억원 영업이익 내는 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올 매출 18조원 예상



[ 이상은 기자 ]
작년 9월13일 충남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00m 넘게 솟은 엄청난 크기의 세 번째 용광로(고로)의 심장부에 불타는 막대기의 끝부분을 밀어넣었다. 용광로를 가동하기 위해 첫 불씨를 심는 화입식(火入式)이었다.

정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고로에 불을 붙인 것은 세 번째다. 하지만 이번 고로의 의미는 앞선 두 번과는 달랐다. 이 고로의 가동은 그가 2006년 “일관제철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진행한 대규모 투자의 ‘클라이맥스’였다. 정 회장은 이 기간 총 9조8845억원을 현대제철에 투자했다. 제3고로 가동으로 현대제철의 조강 생산능력은 연 2400만t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7년 전 세계 31위 철강사는 이제 11위로 도약했다.

정몽구 회장은 2006년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그 쇳물로 자동차용 강판까지 생산하기 위해 일관제철소를 세우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일부에선 ‘무모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정 회장은 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갔고, 불과 7년 만에 목표를 이뤘다. 인천제철을 인수한 때로부터 35년이 지난 뒤다.

한국 최대의 철강회사는 포스코다. 하지만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다른 철강회사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확실한 수요처’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만큼 강판 등 제품을 공급할 곳이 확실하다. 오랫동안 다져온 기술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세계 철강 경기가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현대제철이 상대적으로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올해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상당한 수준의 실적 개선까지 기대되고 있다. 창립 60주년이던 지난해는 현대제철에 큰 분기점이었다. 작년 9월 제3고로를 완공해 본격 가동에 나섰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작년 말 이뤄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흡수 합병한 일이다.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은 매년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알짜 사업부다. 이 사업부를 합치면서 현대제철은 쇳물을 뽑아서 최종 제품인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할하는 체제를 갖췄다. 합병 시너지가 나오면 비용을 크게 절감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합병 후 현대제철은 현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대신 냉연·열연·형강 등 전 품목의 매출 비중이 30%씩 고르게 나눠지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동차강판용 열연 물량을 390만t에서 490만t 수준으로 빠르게 늘리기로 했다. 또 그동안 외부에서 일부 조달하던 열연을 자체 수급하고, 냉연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급 철 스크랩(고철)을 원료로 확보해 원가를 낮출 예정이다. 물론 현대하이스코의 부채 2조6000억원가량도 떠안게 됐지만, 영업이익 창출 기반이 크게 개선된 이득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연구 분야에서도 합병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강판과 관련한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활동이 통합돼 고장력 자동차강판 등 새로운 강종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열연과 냉연 분야의 유기적 협업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비용 절감과 고수익 자동차강판 생산량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대제철은 합병 효과로 올해 매출 17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의 올해 최대 과제는 합병한 현대하이스코 사업부와의 화학적 결합이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화적 차이도 큰 두 조직이 합쳐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승적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앞으로도 신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4월부터 내년 10월 말까지 8442억원을 투자해 당진제철소 23만6000㎡ 부지에 신규 특수강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특수강은 엔진이나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의 소재다.

현대제철이 건설하는 특수강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봉형강이 60만t, 선재가 40만t 등 총 100만t 수준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용 특수강 수입 물량이 연간 200만t 이상인데 공장 설립으로 특수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용 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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