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특별사면…박근혜 정부도 법치 버리나

입력 2014-01-26 20:28   수정 2014-01-27 04:30

설 명절을 맞아 또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될 모양이다. 소위 생계형 민생사범으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운데 초범이나 과실범 6000명 선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432만명, 노무현 정부 420만명, 김대중 정부 532만명으로 운전면허 행정처분까지 포함됐던 것과 비교하면 숫자는 적다. 하지만 사면은 숫자 문제가 아니다.

설, 광복절, 정권출범 100일 하는 식의 ‘기념 사면’은 너무 상투적이다. 근대법치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절대왕정의 흔적 같은 것으로 남겨진 특별사면일 뿐이다. 민주적 자기규율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법치주의의 파괴다. 면허취소자든 신용사범이든 생활사범이 많다면 발생원인부터 잘 파악해 범법자가 대량으로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다. 가령 과도한 행정규제는 없는지, 신용 경색의 원인이 무엇인지 근본 배경을 찾고 예방 행정을 강화하는 게 맞다. 아니면 사면이란 비정상적 권한행사보다는 일정기간 징계 경과자나 모범적 수용자에 대해 법규화된 시스템으로 자동 복권시키는 게 법치에 맞을 것이다.

시혜적 특별 조치이다 보니 이번에도 제주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건설을 막았던 국책사업방해 범죄인까지 명단에서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정치권은 사회대통합을 들먹이며 항의의 북을 쳐댄다. 사면이 남용될수록 정치 우위의 국가사회적 거버넌스가 굳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사회 각 부문이 대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며 합리적으로 상호견제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민주주의 완성은 요원해질 뿐이다. 정치 독주판의 국가거버넌스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이미 경제까지 정치화한 판이다.

지금은 생계형이니 민생사범이니 하지만 대통령이 봐줘야 할 명단은 어떻게든 생기게 된다. 사면리스트에도 슬쩍 끼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를 부정한 국가보안사범도, 화염병 투척자도, 권력형 부정부패자도 그들 몫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결국 비열한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법치주의는 자꾸만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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