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지경에 이른 배경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당황한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허둥지둥 무리한 조치를 쏟아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들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모두 털어가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내 돈이 다 날아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일부 언론의 황색주의와 괴담풍의 보도에 정부가 오히려 동조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대폭 개방해 국민과 기업이 상업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정부 3.0을 선포했던 게 작년 6월이다. 안전행정부는 복지·재정 정보까지 공개하는 5개년 로드맵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금융위도 불과 두 달 전인 작년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에 축적된 신용정보를 집중, 융합해 새로운 정보를 발굴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활용하는 신용정보 범위 확대, 신용정보회사의 업무범위 확대방안 등이 그 골자다. 주소와 통화내역 등을 활용한 고객 분석, 고객 맞춤형 상담원 배치 등 구체적인 빅데이터 활용 사례까지 제시했다. 그러던 정부가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다. 졸지에 합법적인 정보의 이용까지 막고 나선 것이다. 이거다 싶으면 이쪽으로, 저거다 하면 저쪽으로 몰리는 전형적인 ‘냄비현상’이요 ‘냄비정책’이다.
관련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포털 홈쇼핑은 당장 발등의 불이고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업체와 통신사도 신규 고객 유치는 손을 떼야 할 처지다. 텔레마케팅은 아예 예비범죄다. 정부가 괴담을 확산시키고 있다. 관련 산업을 다 말려죽이기로 작정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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