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류기업 '한계 돌파'에 쏠린 눈

입력 2014-01-26 20:33   수정 2014-01-27 04:28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 윤정현 기자 ] 지난주 삼성전자 각 사업장에선 ‘한계돌파 결의대회’란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지난 21일 소비자가전(CE) 부문을 시작으로 23일에는 전사와 IT&모바일(IM) 부문 임직원들이 모여 “정신 재무장”을 외쳤다. 윤부근 CE부문 사장은 21일 임원들에 이어 23일 1000여명의 사업부 직원들 앞에서 “시장이 어렵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며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감으로 한계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하루 뒤인 24일,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발표된 실적은 시장 예상대로 저조했다. 매출은 59조28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2% 감소해 8조31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전분기보다 줄어서 그렇지, 삼성의 성적은 따져보면 엄청나다. 작년 연간 매출 228조6900억원, 영업이익 36조7900억원은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의 경우 3년 전인 2010년 17조원에 비하면 두 배가 넘게 늘었다. 4분기만 따져봐도 성과급 8000억원, 원화강세 영향 700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10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임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위기론을 다시 점화시켰다. 이를 본 재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 결의대회까지 여는 독한 정신력이 바로 삼성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지난 20년간 메기론(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넣으면 미꾸라지가 살아남기 위해 힘도 세지고 날렵해진다) 등으로 삼성을 끊임없이 채찍질해온 이건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도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5년 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책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기업이 망하는 1단계를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몇 년 전만 해도 TV와 휴대폰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소니, 노키아의 몰락도 자만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0년 전 방식의 결의대회라는 지적도 있지만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삼성이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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