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문화도 발목…"日 신평사도 강등 나설것"
[ 심성미 / 강영연 기자 ] 2000년대 소니는 TV, 게임기,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을 주도하던 ‘정보기술(IT) 황제 기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현재 휴대용 음악기기는 애플에 밀렸고, TV는 삼성에 왕좌를 내줬다. 이날 소니의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내려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0년대부터 무리하게 ‘자사 표준’만 고집한 데다 기업에 깊게 뿌리박힌 관료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소니의 TV 사업과 카메라, PC 사업 등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소니는 최근 TV, PC, 게임기 등 전자기기 부문의 실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소니의 순손실액은 193억엔(약 2080억원)에 달했다. TV 사업 부문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였다. 소니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카메라 사업도 답보 상태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진화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PC 사업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10월 연간 PC 판매 목표를 620만대에서 580만대로 낮췄다.
‘혁신 기업’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소니가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IT 산업에서 큰 변화의 시기가 올 때마다 무리하게 ‘자사 표준’을 고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니는 과거 비디오 시장에서 자사의 ‘베타맥스’ 방식을 고수하고, 비디오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벌 마쓰시타는 소니에 대항하기 위해 VHS 방식을 도입한 후 이 기술을 공개했다. 결국 비디오 시장의 승자는 VHS 방식이었다. 음악 시장에서도 이런 실수가 되풀이됐다. 결국 소니는 MP3 시장을 애플에 내주고 말았다.
대기업에서 나타나는 ‘관료주의’ 문화도 소니 몰락에 한몫했다. 새로운 연구개발 투자 없이 기존 기술로 수익을 내려는 관성이 소니의 기업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소니의 TV 연구를 담당하던 A3연구소가 2008년 해체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소니에서 29년간 일했던 곤도 데쓰지로 A3연구소장이 회사를 떠나며 “소니는 더 이상 기술 기업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소니에 대한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우에다 유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소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220bp까지 뛰면 일본 신용평가기관인 R&I도 소니 신용 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소니가 엔저와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을 통해 오는 4월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최근 급격한 CDS 프리미엄 상승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성미/강영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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