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검색 이가게③] 반말하고 비싸고 나이제한까지…이런 술집이 북적대는 이유

입력 2014-01-28 14:10   수정 2014-01-28 14:18

국내 프랜차이즈 수 3000여개, 자영업자 600만명.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입니다. 청년실업자는 줄지않는데 정년을 채우지 못한 직장인만 늘어납니다. 불황으로 내몰린 창업 입문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옥석(玉石)을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특정 아이템이 뜨면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유통팀 기자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핫검색'을 이끌어 낸 '작지만 강한 가게'의 성공 노하우를 파헤친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 노정동 기자 ] 직원이 보자마자 반말을 하고 안주도 비싸 가격경쟁력도 없다. 게다가 나이제한까지 있어 만 32세 이상은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 한 마디로 '망하기 딱 좋은' 가게다.

골목마다 늘어선 이색 맛집으로 가득찬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5분쯤 걸어 내려가면 이런 가게가 있다. '정렬'을 나타내는 붉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쏠로포차'라고 쓰여진 간판을 단 곳. 그런데 북적대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곳은 '혼자왔다 둘이가는 술집' 곧 중매쟁이를 콘셉트로 삼은 이색 술집이다. 어색하지 않은 친근한 분위기를 유도해 내기 위해 직원들은 모든 손님에게 반말을 한다. 동질감을 높이려고 나이제한을 두었다. 만 31세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자칫 '동전의 양면'이 될 수도 있었던 이색 콘셉트로 3년 넘게 '만원'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쏠로포차만의 여심(女心) 공략법이 궁금하다. 그 첫 발걸음은 정형화 된 친절을 과감히 거부한 반전 서비스였다.

◆ 포차 내에서 이뤄지는 '즉석만남'…"여성 고객의 이상형을 찾아줍니다"

쏠로포차는 첫 번째 매장을 론칭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독 매장을 고수하고 있는 포차다.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한 노력도, 고객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도 하지 않는다. '입 소문'과 '방문 후기'만으로 손님을 줄 세운다.

쏠로포차는 최형진 올찬도시락 대표(28)와 장경호 쏠로포차 대표(33)가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란히 외식업계에 뛰어든 두 사람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던 '부킹(흔히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는 남녀 간의 즉석 만남을 뜻한다)'을 밝고 차분한 곳에서 해볼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포차 내에서 이뤄지는 부킹 콘셉트를 생각해냈다.

쏠로포차의 가장 독특한 점은 남자 고객과 여자 고객 간의 즉석 만남을 주선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다. 사전에 서버(직원)들에게 귀뜸을 한 고객은 그들만의 테이블을 즐길 수 있다.

여성 손님들이 입장해 착석하면 서버는 이상형을 묻고 기억해 둔다. 이 직원은 남성 손님들 중 그 이상형과 최대한 가까운 손님을 골라 합석 여부를 묻는다. 예를 들어 '키 큰 남성' '활발한 남성' 이런 식이다.

장 대표는 "합석률이 얼마나 되는지 소비자들이 제일 궁금해한다"며 "대부분 고객들이 포차의 콘셉트를 알고 오기 때문에 90% 이상 합석한다"고 말했다.

쏠로포차는 나이트클럽의 웨이터가 여성 손님들의 손을 붙잡고 남성 고객들의 테이블에 '강제로' 앉히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는 남자가 이동한다.

장 대표는 "어둡고 음악 소리가 큰 나이트클럽과 달리 조명이 밝고 음악 소리가 크지 않은 이곳에서 여성 고객들의 손을 붙잡고 '끌고 가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았다"며 "남성 고객들에게 합석을 요청할 때도 직원들이 정중하게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 돈까스짬뽕·900원조개탕 등 '킬러 콘텐츠' 개발…충성고객 확보 수단

이색 콘셉트만으로 3년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소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몇 개월만 지나도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는 외식업은 더 그렇다.

이미 3년전부터 남녀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콘셉트의 포차는 흘러넘쳤지만 현재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없다. 대부분 이색 콘셉트에 기대 외식업의 기본인 메뉴 개발에는 소홀한 탓이다.

쏠로포차의 대표 메뉴는 '돈까스 짬뽕'이다. 매콤한 짬뽕 위에 푸짐한 돈까스를 얹는다. 여기에 쏠로포차 만의 비밀 소스도 곁드린다. 돈까스 짬뽕은 쏠로포차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킬러 콘텐츠'다. 3만원 가까이 하는 가격에도 매출은 내려올 줄 모른다.

장 대표는 "합석에는 관심 없고 돈까스 짬뽕만을 먹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며 "홍대 상권에서 '쏠로포차는 부킹 콘셉트를 버려도 성공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게 이 메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900원 짜리 조개탕'도 이 포차의 대표 메뉴다. 고객 두 명이 들어와 조개탕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해도 5000원이 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시켰다고 해서 직원들이 '눈치'를 주는 일은 더더욱 없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900원짜리 조개탕이 부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라며 "막상 주문해 본 고객들은 조개탕 하나를 시켜놓고도 2~3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전했다.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몇 개월에 한번씩 주인이 바뀌는 홍대입구 상권에서 900원짜리 조개탕을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장 대표는 "900원짜리 조개탕은 일단 쏠로포차를 고객들에게 인지시키는 수단이고 그들을 단골고객으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쏠로포차가 이색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충성고객들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이색 콘셉트는 '양날의 검'"…맛·서비스 유지해 프랜차이즈 준비

장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단골고객이다. 조개탕으로 시작해 돈까스 짬뽕 주문까지 이어지는 충성고객들이 쏠로포차의 핵심 수익원이다.

단골고객은 특별 회원관리 대상이다. 회원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물론 장 대표가 직접 친분을 다진다. 쏠로포차의 사훈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를 몸소 실천하는 것.

손님들에게 반말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것도 이곳 쏠로포차 분위기에서만 가능하다. 물론 고객들이 입장하자마자 반말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손님들이 충분히 분위기에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잘 훈련된 서버들이 있다. '부킹'이라는 다소 과감한 콘셉트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예의와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가게 운영 철학이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선 쏠로포차와 같은 이색 콘셉트 매장을 '양날의 검'에 비유한다. 시대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선호도가 맞아떨어지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유행에서 멀어지면 경쟁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콘셉트 매장은 어떤 사업자나 쉽게 진입이 가능하고 모방이 용이하기 때문에 차별성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이 콘셉트 매장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장 대표는 "부킹 포차라는 트렌드가 변해도 고객들이 3년 넘게 꾸준히 쏠로포차를 찾는 이유는 잘 훈련된 직원들과 끊임 없는 메뉴개발 때문"이라며 "이색 콘셉트는 결국 양념이지 핵심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3년이 지나도록 단독 매장으로 남아 있던 쏠로포차는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다. 1호 매장이자 본점인 홍대 매장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대표는 "콘셉트에 기대는 프랜차이즈 확장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철저히 맛과 서버들의 서비스 수준이 유지된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