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 채용파동이 남긴 것

입력 2014-01-28 20:30   수정 2014-01-29 05:08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 김현석 기자 ]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연간 20만명이 넘게 몰리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새 채용제도를 발표했지만 대학 서열화, 지역차별 등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28일 총장추천제를 골자로 한 채용 개편안 백지화를 발표하는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의 얼굴은 착잡했다.

이번 사태는 ‘사기업’ 삼성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되, 우수한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에서 출발됐다. 너무 많은 지원자가 SSAT에 몰리지 않도록 서류전형을 도입하되, 혹시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좋은 인재까지 다 찾겠다며 대학 총장에게 추천권을 주는 방식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채용 개편안은 지역감정, 대학 서열화 등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상처를 건드렸다. ‘취업’이 최대 화두가 된 상황에서 삼성의 움직임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간과한 탓이다. 다행히 논란이 길어져 상처가 깊게 남기 전에 삼성은 재빨리 수습했다.

이번 파동은 삼성에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이 사장은 “취지가 좋다고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은 하나의 민간기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소모적 논란을 겪었지만, 삼성 총장추천제 파동을 보며 한 가지 희망을 찾았다. 바로 ‘이공계 육성’의 중요성을 대학과 학생, 학부모들이 조금이라도 깨닫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논란이 된 ‘대학별 추천인원수’는 삼성이 맘대로 정한 게 아니다. 신입사원의 80% 이상을 이공계에서 뽑아온 삼성은 이공계 정원이 많은 대학을 위주로 추천인원수를 배정했다.

그동안 대학은 기업이 “이공계 학생들이 모자란다”고 해도 교수들의 밥그릇 다툼 등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대졸자 29만3967명 중 이공계는 10만5662명(36.9%)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삼성이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키고 있겠는가. 총장추천제 파동을 계기로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공계를 선택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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