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일단 반환 … 단순 실수·사기 가능성도
[ 류시훈 기자 ] 시중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15개 금융회사 계좌에서 자동이체를 신청하지 않은 100여명의 돈이 인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단순한 전산 오류 또는 사기, 카드사 정보 유출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9일 “대리운전 기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체인 H소프트가 자동이체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이용료 명목으로 돈을 빼갔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사는 대리운전 기사들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앱을 개발하고 1350명으로부터 1만9800원씩 자동이체로 돈을 받았다. 그러나 이 중 100여명은 자동이체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돈이 빠져나갔다며 금융결제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돈이 빠져나간 곳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12개 은행과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 등 총 15개 금융회사다. 한 민원인은 “지난 24일 새벽 시간에 계좌에서 1만9800원이 인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해당 업체에 계좌이체를 동의해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은 이날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에 H사에 대한 지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앞으로 계좌이체 자금 지급 시 반드시 고객동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도했다.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30일로 예정됐던 1350명의 앱 이용대금 2670여만원은 H사로 입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H사가 고객 계좌번호를 은행에 제시하고 이체를 신청하면 돈이 인출되도록 돼 있다”며 “100여명 이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H사에 대한 입금을 모두 중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이 고객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모두 반환하도록 조치해 피해 발생을 일단 차단했다. 다만 H사가 대리기사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번호를 어떤 식으로 입수했는지 우선 밝혀야 한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로선 H사의 단순한 실수, 고의적인 사기 시도, 카드사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 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거래 계좌가 다양한 만큼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사기 시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에서도 자동이체가 이뤄진 만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 3사에서 유출이 됐다면 피해 고객 상당수가 국민은행 농협은행에 결제 계좌를 두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