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전날까지 1조6507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2003년 이후 외국인이 1월에 순매도를 기록한 사례는 올해가 세 번째다. 2008년과 2013년에도 외국인은 1월 순매도를 나타냈다.
올해 첫 거래일부터 외국인은 한국 주식 '팔자'를 외쳤다. 2001년 이래 연중 첫 거래일에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경우는 2003년과 2012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그나마 전날 210억 원 순매수를 보인 덕에 월중 매도 규모가 다소 줄었다. 외국인 팔아치운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올해 들어 기관은 751억 원, 개인은 1조3920억 원 순매수였다.
외국인의 연초 '셀(SELL)'행진은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지난해 1월 1조8884억 원 순매도를 보였다가 2월 1조5564억 원 반짝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후 3월(2조4781억 원 순매도)부터 다시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4월에도 2조9698억 원 순매도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 중 10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하반기부터였다. 역대 최장 기간인 44거래일 순매수 행진을 포함,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중 13조4327억 원 순매수를 보였다. 상반기 중 '팔자'를 뒤엎고도 남는 금액을 하반기에 집중한 셈이다.
올해와 지난해의 공통점은 외국인의 '팔자' 분위기가 국내 경제여건(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외국인의 매매 향방을 결정지은 것은 뱅가드 신흥국시장(EM)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한국 비중 축소 영향이 컸다.
올해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헤지펀드 자금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계 단기 자금을 중심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을 인출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증시 컴백에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등 신흥국시장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하고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일 때까지 대규모 자금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능성 있는 유인 요인을 꼽자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 일종의 경기부양책이 나올 경우에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