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됐다. 독점 구조와 방만 경영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 노사는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헌법소원이나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이사장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했다.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장은 사직서를 내고 물러났다.
2009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처음 지정됐을 당시 일이다.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매년 되풀이된다.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던 올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정 사유가 하나 줄었다는 점. 지난해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거래소의 독점사업권이 해소됐다. 이제 방만 경영 해결만 남았다.
취임 5개월째를 맞는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거래소 출입기자단 신년회에서 "연초에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지 않은 것은 방만 경영이 주된 요인" 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복지비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복지비 등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
지난해 거래소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예산기준)는 1억1522만 원.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신입사원 연봉도 지난해 3975만 원으로 4000만 원에 육박했다. 1인당 복리후생비(2010~2012년 평균)도 1489만 원으로 역시 최고 수준이었다.
2012년 한해 동안 거래소가 의료비, 선택적 복지제도 등 '급여성 복리후생비'와 행사지원비, 문화여가비 등 '비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지급한 금액은 70억 원에 달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전인 2008년엔 복리후생비가 117억 원을 넘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거래소는 '방만 경영'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거래소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린 기계적인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본사가 부산에 위치한 특성상 출장비 등 비용이 다른 기관보다 배 이상 든다는 해명도 있다. 임직원들은 서울-부산을 많게는 1주일 3~4차례씩 오간다. 예산 삭감 후 숙박비나 교통비 등 비용 일부를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것은 거래소의 방만 경영 여부를 지분 하나 갖지 않은 정부가 따질 수 있느냐는 문제다. 거래소 지분은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민간 기업이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 아래서 민간기업이 복지비 등 비용을 많이 쓰건 말건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비용 지출이 많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일도 없다. 직장인들에게도 일반적으로 보수가 높고 복지가 좋은 회사는 선망 혹은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한국거래소의 시계는 5년 전부터 멈춰있다. 2009년 이후 자리에 오른 3명의 거래소 이사장은 하나 같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내걸었다. 그 사이 해외 거래소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거래소의 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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