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전망속 낙폭 크진 않을듯
투심 위축…외국인 컴백 '글쎄'
[ 송형석 기자 ]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발(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여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매입 규모를 당초 예상대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키로 했지만, 글로벌 증시가 적잖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폭락 가능성은 낮아도 약세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나기’ 정도 평가에 무게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양적완화 추가 축소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부터 31일까지 3일간 1.44% 하락했다. 테이퍼링 결정 후 30일 하루만 장이 열린 홍콩증시에서도 항셍지수가 0.48% 떨어졌다. 일본은 신흥국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31일까지 닛케이225지수가 3.05% 하락했다. 테이퍼링 여파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 자국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도 최대 1% 안팎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신흥국처럼 급격한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러 악재가 겹친 일본 정도를 제외한 주요국을 살펴보면 지수 하락 폭이 1% 안팎에 그쳤다”며 “국내 증시의 단기 조정 폭도 엇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물 쪽 움직임으로 연휴 후 개장 첫날 코스피지수를 예측해 보면 0.5% 수준의 하락이 점쳐진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약세장이 예상되지만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선진국 증시가 오를 때 못 올라 지수에 거품이 없는 만큼, 잃을 것도 많지 않다”고 했다.
○외국인 컴백은 당분간 요원
증권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후유증이 ‘폭풍우’가 아닌 ‘소나기’ 수준에 그친다고 해도 지난해 9~10월과 같은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데다 국내 주요 상장사 실적이 개선되지 못해서다. 향후 추가로 나올 테이퍼링 결정도 고비 때마다 지수 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평가가 수급 패턴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식 3조5417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1월에도 1조6507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들이 연초부터 주식을 판 것은 이례적이다. 증시에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 1992년부터 작년까지 22년 동안 1월에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 한 해는 3개년뿐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이퍼링 속도가 느리면 미국 경제 체력을 의심하는 근거로, 빠르면 신흥국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며 “타국 증시 대비 확실한 비교우위가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가 향방을 가를 또 다른 변수는 이번주 중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고용동향이다. 고용동향이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으면 양적완화 축소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