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별곡 42] 게임 속 막장 '캐딜락&디노사우루스'

입력 2014-02-03 04:51   수정 2014-02-03 05:08

<p>동네 오락실에서 당당히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코 묻은 동전을 빨아들이던 '캐딜락 & 디노사우르스'라는 게임은 그 설정이 대충 보면 잘 모르겠지만, 한 번만 생각해 보면 뭔가 조합의 언밸런스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p> <p>
[캐딜락 & 디노사우루스]
'아니 왜? 공룡 게임에 자동차가 나와?'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런 의문 따위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만큼 이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 영화의 흥행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게임은 대부분 '쥬라기 공원' 이라고 불렀다.</p> <p>1992년에 출시된 게임으로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에게 '캐딜락 & 디노사우루스'는 쉽지 않은 단어였다. '캐딜락'이라는 차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필자뿐만 아니라 주위에 친구들도 게임 타이틀 화면에 당당히 박혀 있던 '캐딜락'이라는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디노사우루스(Dinosaurs)'는 눈에 들어와서 이 게임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친구는 거의 없었고 '공룡'이라던가 '쥬라기 공원' 또는 '디노사우르스' 정도로 불렸다.</p> <p>■ 막장 설정의 호쾌한 액션 게임 '역시 캠콤표'
게임을 개발을 할 때도 작명(作名)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때 업계 징크스 중의 하나는 줄여서 두 글자가 되지 않는 게임은 흥행하기 어렵다라는 속설도 있었다(예 : 던파, 서든, 크파, 마비, 스타, 와우, 블소 등...). 물론 세 글자 게임으로도 대박난 게임도 있는 것을 보면 속설은 속설에 불과할 뿐이다.</p> <p>하지만 그래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야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법이니 아직도 이사 갈 때 길일(吉日)을 택해서 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 살다 보면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게임 타이틀 하나에도 그렇게 고민하는데, 회사 이름이야 오죽하겠나.</p> <p>수 십(많게는 수 백)개의 이름 중에 어느 이름으로 골라야 하는지부터 글자로 찍었을 때 모양은 예쁘게 잘 나오는지, 발음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국가의 언어에 따라 자칫 욕설이나 혐오감을 주는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이름을 짓게 된다.</p> <p>항간에는 세상에서 제일 잘 지은 이름 중에 하나가 'SONY'라고 한다. 지구촌 전 세계적으로 'SONY(소니)'라는 발음을 하기 어려운 언어는 거의 없어서 브랜드 네이밍을 잘 한 사례라고 한다. 그에 비하면 국내 모 자동차 회사나 모 전자 회사는 사실 한국에서 발음하는 것과 영어나 그 밖의 나라에서 발음하는 것이 차이가 좀 심한 편이다(그래도 세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으니 이것도 속설에 불과한 것인가?).</p> <p>
[자동차와 공룡, 그리고 사람]
이름이야 어찌됐든 이 게임은 늘 있던 자리에 있었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동전만 넣으면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공룡'으로 불리든 '쥬라기공원'으로 불리든 하는 그런 것들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본질에 충실하면 그 외 부수적인 요소는 사실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름만 거창하고 멋스럽게 잘 지어 놓고 막상 알맹이는 부실한 게임에 한두 번 당한 적이 아니다(그래도 재미도 있고 이름도 잘 지으면 좋지).</p> <p>이름이야 어찌됐던 이 게임은 때리고 치고 박는 타격감은 명불허전 역시 '캡콤(CAPCOM)'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팍팍 꽂히는 느낌이 잘 살아있는 게임이다.</p> <p>
[자동차와 공룡, 그리고 사람]
'캐딜락 & 디노사우르스'는 그래픽의 특징이 북미의 느낌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무리 봐도 동양적이지는 않은 느낌으로 만약에 일본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게임 이름도 '혼다 & 디노사우르스'라던가 '닛산 & 디노사우루스' 또는 '미쯔비시 & 디노사우르스' 같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p> <p>■ 인간과 공룡 '공존' 막장 배경 원작은 애니메이션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투니버스'에서 저녁 시간대에 방영 되기도 했다. 이름은 '캐딜락을 탄 사나이'였던가.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설정은 스토리에 따르면 26세기 무렵 천재지변에 의해 인간과 공룡이 동시에 공존하게 되어 잔혹하게 공룡을 사냥하고 다니는 밀렵꾼들을 상대로 4명의 전사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역시나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인가 보다).</p> <p>
['아저씨! 안심으로 한 근 주세요.' 라고 하는 게 아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캐딜락'이기 때문에 게임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데,,. '캐딜락' 자동차 회사에서 뭔가 개발 자금이라도 협찬 받았는지 이 게임의 이름은 물론 스토리 설정에도 26세기까지 남아 있는 자동차로 되어 있다. 26세기까지 살아남은 자동차 회사는 별로 없나 보다(하긴, 26세기에 왜 네 바퀴 달린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p> <p>이 게임의 원작은 미국 CBS에서 1993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마크 슐츠'의 '제노조익 테일즈(Xenozoic Tales')라는 작품으로 코믹스(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발매되어 인기를 얻었다.</p> <p>
[대충 보면 '파이널 파이트']
게임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데자뷰'에 휩싸이는 느낌으로 개발사가 캡콤이다 보니 기존의 캡콤 게임들과 많이 닮아 있다. '파이널 파이트'라든가 '캡틴 코만도'라든가 기존 게임들과의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당시에 오락실 액션 게임들은 캡콤 게임들이 많았다.</p> <p>어느 한 가지 게임만 익숙하게 할 수 있으면 나머지 다른 게임들도 크게 어려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칫 '게임 찍어내기(우려먹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런 비난이 일어나기 전에 '스트리트 파이터II'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때의 열광적으로 동전을 던지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적어도 동전 1개면 10~20분 이상은 할 수 있었다. 동전 1개 따위로 버틸 수 있는 것은 '너의 실력에 따라 5분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게임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는데,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은 '서태지'의 열광적인 반응만큼 '스파 II'에 열광적이었다.</p> <p>
[10분 버티면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액션 게임의 명가(名家)답게 만드는 게임마다 족족 성공하는 것을 보면 뭔가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노하우라는 것도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p> <p>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업체들이야 많을 것 같지만, 간혹 게임의 본질을 재미가 아니라 '수익성'이라고 생각하는 업체들도 보이는 것 같다. 오래도록 게임의 명가(名家)로 남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캡콤도 '스트리트 파이터 II'를 출시하면서 오락실 업주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은 회전율이 빠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주구장창 끝판을 깰 때까지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했던 게임들에 비해 동전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미만이었다. 고수의 영역에서는 하고 싶은 만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일반 대다수 게이머들은 고수를 만나면 10분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게임이다.</p> <p>■ 4명의 지구용사 '캐딜락스' 갈수록 막장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등장하는 캐릭터는 4명인데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3명으로 되어 있다. 동네 오락실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3인용 게임을 하라고 기계 2대를 붙여주시는 마음 씀씀이 고운 사장님은 많이 없었고 필자가 살던 동네 오락실에도 기계는 1대뿐이었다(거 웬만하면 2대 좀 붙여주지..).</p> <p>
[나오는 건 4명이지만, 고를 수 있는 건 3명이야!]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서 기술도 모두 달랐다. 주로 선호하는 기술에 따라 선택하는 캐릭터들이 정해져 있었지만, 필자는 주로 여자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나 던디' 키는 170cm에 몸무게는 53Kg이다(제일 중요한 요즘 게임들의 캐릭터 필수 정보인 3 Size는 나와있지 않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왼쪽에서부터 '잭 텐렉', '한나 던디', '무스타파 카이로', '메스 오브라도비치' 라는 캐릭터들로 잘 보면 여기저기서 봤던 액션 게임 캐릭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p> <p>
특히 '메스 오브라도비치' 형님은 키가 205cm로 설정되어 있는데, '파이널 파이트'에도 비슷한 형님이 나오지 않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 4명의 지구용사들을 '캐딜락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 이름도 원래는 '캐딜락 & 디노사우루스'가 아니라 '캐딜락스 & 디노사우루스' 이다.</p> <p>
[북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주인공들]
이 게임은 총 8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통의 슈팅 게임들이 6~7스테이지 정도에서 끝을 내는 것에 비하면 1~2스테이지 정도 더 많게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난이도는 적절한 편이며 어느 정도 숙달되면 '원~투 코인 클리어'는 가능한 수준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게 더 재미있고 게임 진행도 수월하다는 것은 여느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더블 드래곤'처럼 같은 기술을 쓰는 두 캐릭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술을 쓰는 캐릭터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초반 팀 구성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p> <p>■ 필자의 잡소리
한 동안 비슷한 부류의 액션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있었다. 처음 이 게임 역시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흔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천지를 먹다' 비슷한 느낌도 나고 '파이널 파이트' 같은 느낌도 나고 딱히 이 게임만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였지만, 막상 플레이를 해보면 그런 소소한 것들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즐기게 된다.</p> <p>
[동전을 넣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오.]
'게임오버' 화면에서는 의외로 초반에 털려나가지만, 끝까지 악역에 충실한 1스테이지 보스가 동전 넣기를 갈망하고 있다(알고 보면 의외로 심성이 고운 동네 형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게임에 스토리처럼 서기 2513년이 오려면 아직도 500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야 하지만, 500년 먼저 게임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정말 500년 뒤에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p> <p>참, 동전 넣으라고 협박하는 저 아저씨는 '바이스 터훈(Vice Terhune)'이라는 이름의 1스테이지 보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무도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작은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이 충실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캐릭터지만, 저 화면에서 'Continue'를 하게 되면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금 불쌍한 생각도 든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p>

벌써 게임별곡 30회 '추억 여행 즐거웠나요?'
[게임별곡 30] 홀연히 나타났던 명작 '천사의 제국'
[게임별곡 31] 자유도가 이런 거였어! '주시자의 눈'
[게임별곡 32]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벽돌깨기'
[게임별곡 33] 돌아갈래! '응답하라! Area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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