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칼럼] 증권업계가 사는 길 … 애널리스트 이유 있는 반항

입력 2014-02-03 15:19   수정 2014-02-03 15:42

[ 이하나 기자 ]
"리포트 '보이콧'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대형 S증권사의 K애널리스트(연구원)는 최근 기자에게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애널리스트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리포트 발간을 잠시 접겠다고 밝혔다.

'장밋빛 전망을 팔라'는 내부 압박에다 업무량까지 늘어나 품질 높은 리포트를 쓰기 힘들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당분간 담당 회사를 탐방하며 내공을 쌓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나온 국내 증권사 리포트(영문 요약 리포트 제외)는 총 5956개. 지난해 같은 기간(6284개)보다 5% 감소했다. 상장사의 IR(기업설명회) 부서에서 제공한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을 뺀 아이디어와 발품을 팔아 쓴 쓴 양질의 리포트는 더 줄었다.

애널리스트는 예리한 기업 분석을 담은 리포트로 진가를 드러내는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전문직이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녹록지 않다고 많은 연구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한때 젊은이들의 '꿈의 직업'이던 애널리스트들이 생존 위기를 맞았다. 새해 들어서도 증시침체가 이어지자 증권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불어닥칠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까지 높아져 일단 몸 사리고 보자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해외 유학이나 일반 기업체로의 이직을 위해 짐을 꾸리는 애널리스트들도 적지 않다.

한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퇴출 당하거나 제 갈길 찾아 떠난 사람들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지만 안 하는 것, 못하는 것 반반" 이라며 "더 이상 인력 이탈이 일어나면 리서치센터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증권업계 내부에선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의 위기는 애널리스트들이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은 것에도 원인이 있다. 고객 기업들의 악재성 내용을 리포트에서 슬그머니 지우는 눈치보기 관행은 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주범이었다.

증권업계 침체의 구조적 해결 없이 앞날에 대한 낙관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원 스스로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자본시장의 꽃'인 애널리스트들이 업계의 재도약을 위한 토양을 다지는 살길도 여기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자본시장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며 "회복 싸이클을 망각한 듯한 증권시장이 굴러가는 것은 80%가 주저앉는 와중에서도 남은 20%가 희망을 찾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리포트 보이콧'을 잠정 선언하고 맹추위 속에 기업 현장을 누비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꿈이 소박하다고 했다. "지난해 다소 저조했던 기업 목표주가와 실적 적중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한 그의 얼굴에서 증권업계 회생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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