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가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인 사용후핵연료 부지 선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위원회는 부지 선정을 논의에서 제외하는 대신 기본 원칙과 방향만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미 교과서에도 다 나와 있는 내용을 또 무엇을 제시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원칙과 방향을 몰라서 부지 선정을 못한 게 아니지 않았나. 더욱 어이가 없는 건 부지 선정 논의의 전제조건이다. 부지 선정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강할 경우 정부와 협의를 거쳐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사회적 요청이 강했으면 왜 정권마다 이 문제를 폭탄돌리기 식으로 미루었겠나. 이건 사회적 요청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2016년 고리 원전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한다는 그야말로 촌각을 다투는 국가 중대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사회적 요청이라니. 모두가 원전 혜택을 보면서 정작 그 뒤처리는 ‘나 몰라라’하는 님비 현상이 만연한 상황에서 위원회까지 이런 식이다. 임기 내 사용후핵연료 부지를 정해 착공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약속도 벌써 물건너 가는 형세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이런 식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통해 하겠다는 대학 정원감축도 그랬다. 대학 정원을 3년 후인 2017학년도까지 4만명 감축한다는 건 무기한 연기하자는 꼼수처럼 들린다. 골치 아픈 일은 무조건 정권 말로 미뤄놓고 본다. 관료들이 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울 때는 늘 이런 꼼수가 숨어 있다. 이런 정부, 이런 위원회에 뭘 기대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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