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 노정동 기자 ] 2014년 국내 편의점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CU(보광)와 GS25(GS), 세븐일레븐(롯데 계열) 3곳이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와 유통공룡인 신세계까지 가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빅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맹본부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더욱이 가맹점주들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당장 오는 14일부터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편의점=24시간 영업'이란 공식이 깨진다.
'우왕좌왕' 하는 이들 편의점의 모습. 정확히 20년 전 일본의 편의점과 닮은꼴이다. 이전보다 꼼꼼히 일본 편의점을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가맹본부·가맹점주 '따로 또 같이'…한국-일본, 인구 구성비 '흡사'
지난해 말부터 국내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대형 유통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 발효 등에 대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맹본부는 잇따라 내실경영과 수익률 향상을 골자로 하는 신(新) 경영방침을 발표하는 등 기존의 양적성장 중심의 사업방식에서 탈피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도리어 더디다.
기존 자신의 점포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나을지 아니면 이제라도 간판을 바꿔달아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다. 당장 6개월 뒤면 24시간 내내 불을 켜둬야 할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과거 일본 편의점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구 구성의 유사성이다. 편의점은 생활 밀착형 유통 플랫폼인 만큼 인구구성에 따른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성은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1인 가구의 비중이다. 편의점 업태는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수혜를 누리는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체 가구수의 약 31%가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로 구성돼 있다. 20년 전인 1990년 초 일본의 1인 가구 구성비는 10% 가량에 불과했다.
국내의 경우 2011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약 25%다. 약 20년 뒤인 오는 2035년쯤 이 비중이 34%까지 늘어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좀더 빠르다.
미래에셋증권 유통 담당 박유미 애널리스트는 "편의점 업태는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 결혼연령 상승,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증가 등 1인 가구 증가에 수혜를 받는 유통 채널"이라며 "나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소포장 상품과 즉석식품 등 개인 편의품목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10원이라도 싼 곳으로"
우리나라 편의점이 일본 편의점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는 또다른 시각은 사회경제적 유사성 때문이다. 일본에서 경기침체 장기화가 시작될 당시 편의점 모습이 지금의 국내 모습과 닮아 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은 엔화절상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버블'이라고 부르는 실물자산가치의 붕괴가 진행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준 것도 이 때였다.
소비여력 감소로 일본 국민들이 '10원이라도 더 싼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인 PB·PL(Private Brand·Private Label)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값은 낮추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었다.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면 원가의 약 40%에 해당하는 마케팅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고 충분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또 별도의 프로모션이 불필요하기 때문인데 통상 PB 상품의 매출총이익률은 일반 상품(30%)보다 높은 40~50% 수준이다. 일본 편의점 업체들이 경기불황에 앞다퉈 PB 상품을 매대에 올려놓은 이유다.
2010년 이후 국내에서도 PB 상품의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유통채널에서 PB 상품이 등장한 건 이미 10년 전 일이지만 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체들과 관계 유지, 제조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 등으로 그동안 PB 상품의 출시가 지연돼 왔다"며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이제 PB 상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 노정동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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