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TOC까놓고] 교토의 노포, 닌텐도의 위기

입력 2014-02-06 08:54   수정 2014-02-06 09:06

<p>한국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단어 중에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일본에서 몇대 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게들을 지칭하는 단어인데요,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년을 이어져 내려온 가게들을 뜻합니다.</p> <p>아무래도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유서가 깊은 교토 쪽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토는 이전에 일본의 수도였던 도시라 교토 사람들의 자존심은 대단한데 그런 부분은 도쿄보다도 역사가 깊다는 부분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p> <p>그렇다면 게임회사 중에 가장 역사가 깊은 회사는 어디일까요. 아타리, 액티비전, 세가등 많은 회사들이 역사가 몇십년 가까이 되겠지만 역시 가장 오래된 회사라면 닌텐도일 것입니다.</p> <p>본사를 교토에 두고 지금 이와타 대표는 닌텐도 창업주의 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장의 대수는 4대째 내려오고 있고, 3대째 사장인 고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이 2대 사장이었던 야마우치 세키료의 손자인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5대째 들어가는 가게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p> <p>닌텐도의 시작이 1889년이니 벌써 100년하고도 25년째 살아있는 회사인 것입니다. 교토의 노포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게임회사네요. 비디오게임의 역사보다 오래된 비디오게임 회사라니 이게 가능한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p> <p>한동안 업계에서는 닌텐도가 위기다. 아니다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저는 닌텐도가 망하거나 몰락하거나 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차원이 다른 위기에 닥쳐있다. 라고는 생각을 합니다.</p> <p>
▲ 2월 27일 출시될 한글판 '신 세계수의 미궁 밀레니엄의 소녀'
물론 닌텐도는 슈퍼패미컴 이후 게임큐브나 N64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고, Wii로 화려하게 왕좌의 복귀를 선언하기도 했었고, 그런 와중에서도 휴대용게임기의 맹주자리는 놓지를 않았습니다.</p> <p>하지만 WiiU가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요. WiiU와 그 라인업이 여타 콘솔 게임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p> <p>아까 이야기 했듯이 닌텐도는 굉장히 역사가 깊은 회사인데요, 닌텐도가 화투를 만들던 회사 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습니다. 닌텐도의 3대째 회장인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은 닌텐도의 사장이 되면서 여러 사업에 손을 댔었는데요, 결국은 지금까지 닌텐도가 잘하던 것을 활용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p> <p>그 전까지 닌텐도는 화투와 트럼프가 상품의 중심인 회사였고, 닌텐도가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은 전국의 백화점 등을 포함한 유통망 이었습니다. 그에 착안하여 패미컴이전엔 장난감들을 만들었고, 좋은 성과를 냈었죠. 그런 부분에서 비디오게임기라는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닌텐도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수 있겠습니다.</p> <p>아까 말했듯이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하였는데요, 아마존을 필두로 많은 회사들이 기존의 도매, 소매 유통망을 떠나서 생산자와 구매자가 인터넷등으로 연결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화등은 영화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어 그 영향이 좀 늦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PC 게임이나 음악, 비디오등의 산업은 빠르게 인터넷을 통한 유통망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p> <p>닌텐도의 게임들은 기존의 소매-도매를 통한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시장에는 훌륭한 게임이었지만, 지금 처럼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되는 시장에 어울리는가는 의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리테일 샵에 의존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좀 더 버틸 수 있겠지요.</p> <p>가전제품 회사이자 MP3플레이어도 제작하던 소니와 태생이 소프트웨어 IT 회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빠르게 이런 시류에 맞춰 자신들의 플랫폼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의 플랫폼은 아직도 외부와 단절된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WiiU의 부진은 이런 위기를 가속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p> <p>닌텐도 역시 기존의 도매상 중심의 그룹인 초심회를 해체하는 등 시대변화를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역사 깊은 회사라는 점이 오히려 시대의 빠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느낌입니다.</p> <p>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이번에도 위기를 버텨낼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것은 반대로 이런 125년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의 힘과 철학이 새로운 시장구조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다시 폭발적으로 그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21세기의 바뀌는 시장구조에서 닌텐도가 어떤 해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p> <p>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p> <p>
■ 오영욱은?</p> <p>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p> <p>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p> <p>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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