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미국 애플만이 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영업흑자를 유지하긴 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LG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은 적자를 벗지 못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고가에서 중저가로 옮겨가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떨어져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경쟁이 심화된 데 따라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 애플 영업이익률 30%…삼성전자와 격차 줄어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이 30.3%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3.6%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애플 매출액은 545조1200만 달러(한화 약 58조5700억 원), 영업이익은 172억1000만 달러(18조4900억 원)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는 4분기 16.1% 영업이익률로 전 분기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회사 측은 신경영 특별상여금 지급과 환율 영향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고 설명했다. 4분기 IM 부문 매출은 33조8900억 원, 영업이익은 5조47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7%, 18% 떨어졌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주는 시사점은 스마트폰 수요가 중저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고가 스마트폰인 갤럭시S4와 갤럭시 노트3 판매성과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 올해 1분기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내놓은 것도 고가 제품인 아이폰5S의 판매 둔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ASP는 지난해 1분기 614 달러, 317 달러에서 3분기 575 달러, 272 달러로 각각 내려갔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 2년 전만 해도 애플 영업이익률 37%, 삼성전자 9.8% 로 차이가 4배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업이익을 늘린 덕분에 이익률 격차는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2가 출시된 2011년 시장점유율 19%로 세계 1위에 올랐다. 갤럭시S3, S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지난해에도 30%가 넘는 점유율로 왕좌를 지켰다.
◆ LG전자, 적자폭 줄었지만 손실 여전…2분기 회복 전망
LG전자는 수익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적자 폭은 줄였다. 지난 4분기 영업손실률이 전 분기보다 1.4% 줄어든 1.2%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로 외형은 성장했으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탓에 적자가 이어졌다. 3분기 797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434 억 원의 손실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올해 2분기께 G프로2 등 신제품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는 확정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영업손실률이 3.6%에 달해 2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지붕 아래로 들어간 노키아도 각각 30..9%, 7.3%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한 때 북미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불리던 블랙베리는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더해져 영업손실률이 421%나 됐다.
김 연구원은 "중위권 스마트폰 업체들의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적자폭이 늘고 있다"며 "독자생존이 어려운 업체들이 많아져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들이 보유한 특허력과 선진 시장 사업 기반은 인수합병(M&A) 유인이 되고 있다"며 "HTC, 블랙베리 등도 잠재적인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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