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직원 3000억 대출사기] 가짜 매출채권 만들어 대출 받아…은행도 KT도 6년간 '깜깜이'

입력 2014-02-06 21:04   수정 2014-02-07 04:09

대출 어떻게 이뤄졌나

협력社 6곳 직원과 공모…100여차례 사기
대출금 2000억원 이상 회수 어려울 듯



[ 류시훈 / 김일규 기자 ]
하나·국민·농협 등 3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10곳이 3000억원의 대출사기에 6년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은행과 저축은행의 관행에 얽메인 여신심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회사들은 KT ENS 직원 김모씨 등이 거짓으로 매출채권을 만들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해 2008년 5월부터 6년간 사기대출이 계속돼온 사실조차 몰랐다. 금융감독원이 상시검사를 통해 적발해내지 못했다면 대출사기는 상당 기간 지속돼 피해 규모도 더 불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초과대출에서 포착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장 김모씨가 자사에 통신장비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6곳의 직원과 공모한 이번 대출사기는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상시감시에서 포착됐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모든 저축은행의 140만여개 계좌를 대상으로 한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분기별로 이뤄지는 검사에서 A저축은행이 2개 차주에 대해 취급한 대출이 동일차주 한도를 초과한 혐의가 지난달 20일께 드러났다.

금감원은 바로 서면검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대출사기 혐의를 발견했다. 차주명이 다른데도 주소가 비슷했고, 같은 전화번호가 전산상에 나타났다. 박세춘 금감원 검사담당 부원장보는 “해당 저축은행에서 제출받은 서류 가운데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며 “지금까지 실시한 자금추적 결과, 대출금을 돌려막기 위한 부당대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기대출 규모 더 커질 수도

금감원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KT ENS는 2008년부터 N사 등으로부터 통신장비 등을 납품받으며 거래 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중 어느 시점부터 거래가 끊겼다.

김씨의 대출사기 행각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김씨는 N사 등 납품업체와 거래가 없었음에도 실제로 물건을 납품받은 것처럼 회사의 인감도장 등을 도용해 매출채권을 발행했다. N사 등 납품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매출채권을 9개의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했고, 이들 SPC가 가공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과 저축은행에 제공해 100여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아냈다.

N사는 총자산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인데도 은행 등은 대출심사 과정에서 KT ENS와의 거래가 실제로 계속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대기업 자회사 직원인 김씨가 꾸민 매출채권의 인감도장 등만 서류상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2008년부터 100여 차례 사기대출

김씨 등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사기를 벌이면서 저축은행의 한도대출과 시중은행의 외상매출담보대출을 적절하게 활용해 대출금을 돌려막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는 신용으로 한도대출을 받았고, 은행에서는 가공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만기가 될 때마다 돌려막았다”며 “금융회사들은 대기업 자회사의 매출채권인 데다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왔기 때문에 눈을 뜨고 당한 꼴”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출사기 과정에서 김씨와 협력업체 6곳의 직원들이 공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9개의 SPC를 만든 뒤 대출을 쪼개 받는 수법으로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를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현재 파악한 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하나·국민·농협은행이 약 2200억원, BS 등 10개 저축은행이 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출사기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류찬우 금감원 저축은행 검사국장은 “언제부터 가공의 매출로 꾸몄는지는 검사를 더 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대출잔액 가운데 부실이 얼마나 발생할지도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안팎에서는 300억~400억원 정도만 담보가 설정돼 있어 2000억원 이상의 대출금은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류시훈/김일규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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