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시장, 아프리카를 가다] 글로벌 $ 전쟁…아프리카는 공사중

입력 2014-02-06 21:16   수정 2014-02-07 14:18

(4) 총소리 대체하는 포클레인 소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중심가 경전철 공사 '한창'
앙골라 수도 인근 곳곳에 분당급 신도시 '우뚝'
아프리카개발銀, 물류·IT·전기로 대륙전체 연결 추진

급격한 도시화…매년 수백억弗 건설현장에 풀려



[ 남윤선 / 김현석 기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중심가인 조모 케냐타로(路)는 맨땅투성이다. 명동 같은 상권 밀집 지역인데도 도로가 여기저기 파헤쳐 있다. 차들은 군데군데 쌓인 흙더미 옆을 곡예하듯 지나간다. 시내를 십자로 가로지르는 경전철 선로를 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어서다.

아프리카가 ‘공사판’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공적개발원조(ODA)와 ‘디아스포라(해외 교민)’ 자금, 성장에 편승하려는 글로벌 기업들 돈까지 한 해 수백억달러가 몰리며 수많은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폭발하는 인구, 확산되는 도시화로 아프리카는 신도시 도로 교량 항만 발전소 등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 건설 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앙골라 수도 루안다 남쪽으로 20㎞ 정도를 달려가자 황무지 위로 갑자기 솟아오른 아파트 숲이 펼쳐진다. 2012년 10월 중국 시틱건설이 지은 10만가구 신도시, 킬림바다. 그것도 1기다. 2, 3기가 완공되면 30만가구, 분당의 두 배가 넘는 도시가 생긴다. 에티오피아는 이웃 나라 지브티로 이어지는 650㎞ 길이의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는 외곽순환고속도로인 ‘티카 하이웨이’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나이지리아는 물류허브가 되겠다며 라고스 인근 레키지역에 초대형 신공항과 신항만을 짓고 있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는 아프리카 건설시장에 2020년까지 9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인구가 늘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집 도로 철도 상수도 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케냐 등 총선·대선을 앞둔 각국 정부가 표심을 잡기 위해 뿌리는 돈도 건설 현장으로 유입된다.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초대형 인프라 공사도 여러 건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주관하는 ‘아프리카인프라발전프로그램(PIDA)’은 2040년까지 물류 전기 물 정보기술(IT)을 통해 대륙 전역을 연결, 에너지 생산을 6배로, 해운 물동량은 8배로, IT 산업은 20배로 키우겠다는 프로젝트다. 케냐와 남수단 에티오피아가 주도하는 ‘랍셋(LAPSET)’은 3개국을 잇는 철도와 도로, 송유관과 항구를 건설해 남수단의 원유를 케냐 라무항으로 수출하는 사업계획이다. 총 200억달러가 투입된다.

“리스크 있지만 지금 뛰어들어야”

엄청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엔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대형 프로젝트는 대부분 자금력과 로비를 앞세운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나이로비와 뭄바사항을 잇는 철도 건설사업은 “공사비가 너무 비싸다”고 야당이 반발했으나 중국 국영업체가 사업권을 낚아챘다. 최근 라무항 건설 감리사업 입찰에 나선 한국 D사는 서류 심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떨어졌다. KOTRA를 통해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공사에도 중국 업체가 선정됐다.

정부 발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례도 잦다. 랍셋의 경우 2012년까지의 첫 5개년 계획 중 4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가테라 소테리 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인프라 담당 국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채 발행 등 자체 재원조달이 쉽지 않아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건설사는 도로 같은 단순한 공사 대신 감리 설계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게 위험이 적다. 윤태웅 KOTRA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장은 “중소 건설사라면 작은 건부터 시작해 정부의 신뢰를 얻어야 나중에 큰 프로젝트를 딸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아디스아바바=남윤선/루안다=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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