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훈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하루 중 특정 시간에 DNA 손상복구 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 성과는 약리효과가 높은 특정 시간에 치료해 효율을 높이는 시간항암요법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강태홍 동아대 생명과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손상된 DNA 복구 과정에 생체시계가 관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발표했다.
생체시계는 낮에 행동하고 밤에 자는 등 하루를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는 호르몬 분비 같은 생명현상의 일주기 리듬을 말한다. 연구팀은 손상된 DNA의 회복을 촉진하는 인산화 효소(ATR)의 활성도가 우리 몸속 시계 단백질인 크립토크롬(Cry)의 변화에 따라 24시간 동안 특정 리듬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항암제 시스플라틴으로 손상된 생쥐 간 세포 DNA의 회복 속도를 비교한 결과 크립토크롬의 농도가 짙을 때와 옅을 때의 치료 속도가 약 세 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시스플라틴은 식도암, 위암 등 고형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이지만 탁월한 효과에도 신장독성, 신경독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크립토크롬의 농도가 짙은 시간대에는 크립토크롬에 의한 ATR의 활성화가 촉진돼 DNA 회복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크립토크롬의 농도가 옅은 시간대에는 DNA 회복속도가 느려지고 세포가 사멸했다. 하루 중 항암제의 약리효과가 가장 높은 시점을 알아내면 그 시간에 항암 치료를 시도해 치료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간항암요법은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에 대한 민감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항암제 처리 시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실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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