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용도 발행 금지' 규제 안풀려
시장 활성화 가능성 높지 않아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5일 오전 10시27분
국내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인 ‘김치본드’ 시장이 연초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올 들어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한국수출입은행으로 1월27일 3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한국남부발전은 하루 뒤인 28일 1억달러어치를 내놨다. 일각에선 벌써 지난해 연간 6억3900만달러 규모로 쪼그라든 김치본드 발행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재조달 대상인 만기도래 물량만 50억달러를 웃돈다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정책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발행 실무자들의 중론이다. 김치본드 시장 핵심 규제인 ‘원화 용도의 김치본드 발행 금지’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10년과 2011년 김치본드를 발행한 뒤 원화로 바꾸면 이자비용이 싸지는 효과를 노려 발행량을 대폭 늘렸다. 발행금액이 한 해 약 60억달러로 폭증하고 원화 환전 수요로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2011년 7월 ‘외국환거래 업무 취급세칙’을 개정, 원화 용도 김치본드에 대한 금융회사 투자를 금지했다. 국내 김치본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을 차단한 셈이다.
정부가 다시 김치본드를 살리려는 목적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불어난 국내 외화 유동성을 활용할 필요성이 대두돼서다. 은행들이 500억달러 규모 거주자 외화예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해 기업 고객을 돌려보내는 일마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 관계자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비슷한 조건이라면 국내 조달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역시 국내와 해외 조달 여건상 차이를 무시하고 기업들에 김치본드 발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달러 조달 금리와 만기 조건 등이 모두 해외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아 탁상행정에 그칠 수 있다”며 “공기업들이 성의를 표시하는 수준 이상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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