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김용판 무죄로 '멘붕'온 민주당…투쟁방향 놓고 갈팡질팡

입력 2014-02-10 13:15  


(이호기 정치부 기자)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의 수사 방해 및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최근 무죄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이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김한길 대표는 당장 ‘특별검사 카드’를 들고 나왔는데요. 당연히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죠.

급기야 국정원개혁특위 간사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의사일정에 관련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 보이콧’ 가능성을 슬쩍 내비칩니다.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새누리당을 움직일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회 보이콧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었죠. 마침 김 대표는 강원·영남 지역 순방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이 같은 문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문 의원 스스로도 “자신의 발언이 그렇게 기사화될 줄 몰랐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느낀 배신감은 엄청났습니다. 당내 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마저 “재판부가 지금까지 중립적으로 재판을 잘 이끌어온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설마 무죄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무죄 선고가 나왔던 지난 7일 당의 공식 논평을 놓고도 대변인들이 서로 생각이 달랐다고 하네요. 권력에 굴복한 사법부를 강력 규탄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아직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재판이 남아있는데다 1차적으로 검찰의 부실 수사가 원인이므로 법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해선 안된다는 온건파가 서로 맞부딪쳤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는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 ‘사법부 최후의 날’ ‘최악의 정치재판’ 등의 수사를 동원해가며 재판부를 비난했지요.

하지만 그런 김 대표도 ‘국회 보이콧’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난해 여름 장외투쟁에서 큰 소득 없이 퇴각해야 했던 경험도 작용했겠지요.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관철시킬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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