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사기' KT협력사 6곳 사실상 한 회사

입력 2014-02-10 20:50   수정 2014-02-11 04:32

뉴스 & 분석

삼성·LG "NS쏘울에 휴대폰 공급한 적 없다"

다른 은행은 "계약 이상하다" 대출 거부
"법인 인감은 진짜" 은행 주장도 의구심



[ 김일규 / 박신영 / 심성미 기자 ] 하나·국민·농협은행의 ‘눈먼’ 대출심사 체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휴대폰을 취급하지도 않고, 설립 1년 만에 완전 자기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엔에스(NS)쏘울F&S 등 협력업체들이 휴대폰을 KT ENS에 납품했다는 가짜 매출채권만 믿고 거액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 외에 일부 시중은행은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의 대출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나 세 은행이 ‘묻지마 대출’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휴대폰 유통구조도 몰랐다

하나·국민·농협은행은 KT ENS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휴대폰을 KT에 납품한다는 점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왔다. 굴지의 대기업인 KT가 휴대폰을 사가는 만큼 협력업체의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KT를 비롯해 통신 3사의 경우 제조업체와만 직접 휴대폰을 거래한다고 밝혔다. KT ENS가 휴대폰 판매 업무를 한 적은 있지만, 이는 협력업체가 아닌 KT로부터 공급받아 판매를 대신해 주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사업도 이미 2012년 말 끝났다.

또 NS쏘울F&S는 당시 하나·국민·농협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에도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장은 “2012년 NS쏘울F&S가 500억원의 대출을 요청했는데, 담당자들이 계약관계 등을 본 뒤 이상하다고 여겨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잠식 여부도 파악 안해

사기대출을 주도한 뒤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전모씨가 2010년 말 설립한 납품업체 NS쏘울F&S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기업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이듬해 5억95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2011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5억8600만원)에 빠졌다. 납입자본도 1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아무 거림낌 없이 이 회사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거액을 대출해줬다. 하나은행은 2011년 2300억원의 대출 한도를 설정해 줬다. 이 중 903억원을 상환받지 못한 채 떼일 상황에 처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도 총 1000억원의 한도를 설정해 준 뒤 592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설립 1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가 만든 SPC가 아무리 KT ENS에 대한 매출채권이 있다고 해도 선뜻 거액을 대출해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NS쏘울F&S에 대해 한 번만 주의 깊게 살폈어도 사기대출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인감 위조 여부도 몰랐다?

은행들이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KT ENS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사명을 KT네트웍스에서 KT ENS로 바꿨으며, 이에 따라 법인 인감도 변경됐다”며 “일부 금융사가 보유 중인 채권양도승낙서를 보면 사명은 KT ENS로 기재돼 있는데 날인된 인감은 KT네트웍스로 돼 있어 위조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피해 은행 중 한 곳인 하나은행은 이에 대해 “사명 변경 날짜와 인감 사명 변경 여부를 비교한 결과 문제없다”고 말했으나 실제 어떤 인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김일규/박신영/심성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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