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경기회복 뒷받침 못해…歲計잉여금 8000억 적자
[ 주용석 기자 ]
지난해 정부의 총세입이 당초 계획보다 10조9000억원 덜 걷혔다. 정부가 이 같은 ‘세수 펑크’에 대비해 미리부터 씀씀이를 줄이면서 불용액(쓰지 않은 돈)도 사상 최대인 1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회복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셈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세입·세출을 마감한 결과 총세입은 292조9000억원, 총세출은 286조4000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거둔 돈(총세입)에서 이미 쓴 돈(총세출)과 올해로 넘겨 지출할 몫(이월금 7조2000억원)을 뺀 세계(歲計)잉여금은 약 8000억원 적자였다. 세계잉여금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2012년(1000억원 적자)이 처음이고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지난해 예산과 비교할 때 총세입은 10조9000억원 줄었다. 이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국세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8조5000억원 덜 걷힌 영향이 컸다. 실제 예산 대비 법인세가 2조1000억원, 양도소득세가 8000억원 펑크났고 주식거래 감소로 증권거래세도 1조5000억원 줄어들었다.
세입 감소에 맞춰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결과 총세출은 당초 계획보다 25조4000억원이나 줄었다. 총세출 계획 대비 실제 재정집행률은 91.9%로 사상 최저였다. 특히 예산 가운데 불용액은 18조1000억원에 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부흥시켜야 할 정부가 (예산을) 대규모 불용시킨 것은 범죄”라며 재정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불용액이 많은 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세입이 부족한 상태에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최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씀씀이를 줄이지 않았다면 세입 확보를 위해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상황에 내몰렸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