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출범 2년…IB전문가 설문
'메스' 가장 필요한 곳 한진·동부 順
삼성·현대차·롯데 지배구조 변화 주목
[ 하수정 / 이유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10일 오후 2시30분
“구조조정은 부실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우량기업이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사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상시적 파이낸싱(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의 개화기’라는 표현이 투자은행(IB) 전문가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IB 분야 최고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진, 동부, 현대그룹 등 유동성 확충 필요성이 있는 기업을 비롯해 초우량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SK텔레콤, KT도 구조조정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한진·동부·현대 등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 중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기업으로 한진그룹을 꼽았다. 74개 답변(복수응답) 중 19표(25.6%)가 한진을 지목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한진해운이 계열분리를 포기하고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기로 했지만 대한항공 역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800%를 넘었다. 그룹 전체가 동반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동부그룹은 18표(24.3%)를 받았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이후 가장 먼저 자구책을 내놓은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발전당진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과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증권 등을 매각하기로 한 현대그룹은 14표를 얻었고 건설과 중공업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두산그룹(6표), 태양광사업에 대규모 투자한 한화그룹(2표)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꼽혔다. 효성그룹도 1표 나왔다.
○‘블랙 리스트’에 공기업 수두룩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리스트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다수 포함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지방 도시공사 등이 줄줄이 언급됐다. 상당수 공기업은 무리한 정책 수행에 따른 부실이 쌓여 있고 방만한 경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공기업들이 자회사와 부동산, 투자자산을 매각하거나 영구채 발행 등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한꺼번에 매물이 나오면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도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감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파티는 끝났다”고 방만경영을 비판했다.
○“신용 우량 KT·SKT도 구조조정 대상”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는 기업 리스트에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KT가 3표 나왔고 SK텔레콤, 롯데그룹도 1표씩 얻었다. 구조조정 매물을 받아줄 것으로 인식되던 인수 후보들이 되레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혔다.
KT와 SK텔레콤은 그동안 신사업 발굴을 위해 과도하게 계열사를 늘려왔고 본업인 통신업에서도 마케팅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 KT는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분기 적자를 냈고 SK텔레콤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확립과 핵심사업 재편에 따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는 올해 후계 구도와 관련한 지배구조 변화가 가장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계열사 간 합병, 비핵심 사업 정리, 그룹 차원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수정/이유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메스' 가장 필요한 곳 한진·동부 順
삼성·현대차·롯데 지배구조 변화 주목
[ 하수정 / 이유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10일 오후 2시30분
“구조조정은 부실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우량기업이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사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상시적 파이낸싱(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의 개화기’라는 표현이 투자은행(IB) 전문가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IB 분야 최고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진, 동부, 현대그룹 등 유동성 확충 필요성이 있는 기업을 비롯해 초우량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SK텔레콤, KT도 구조조정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한진·동부·현대 등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 중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기업으로 한진그룹을 꼽았다. 74개 답변(복수응답) 중 19표(25.6%)가 한진을 지목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한진해운이 계열분리를 포기하고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기로 했지만 대한항공 역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800%를 넘었다. 그룹 전체가 동반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동부그룹은 18표(24.3%)를 받았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이후 가장 먼저 자구책을 내놓은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발전당진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과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증권 등을 매각하기로 한 현대그룹은 14표를 얻었고 건설과 중공업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두산그룹(6표), 태양광사업에 대규모 투자한 한화그룹(2표)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꼽혔다. 효성그룹도 1표 나왔다.
○‘블랙 리스트’에 공기업 수두룩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리스트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다수 포함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지방 도시공사 등이 줄줄이 언급됐다. 상당수 공기업은 무리한 정책 수행에 따른 부실이 쌓여 있고 방만한 경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공기업들이 자회사와 부동산, 투자자산을 매각하거나 영구채 발행 등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한꺼번에 매물이 나오면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도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감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파티는 끝났다”고 방만경영을 비판했다.
○“신용 우량 KT·SKT도 구조조정 대상”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는 기업 리스트에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KT가 3표 나왔고 SK텔레콤, 롯데그룹도 1표씩 얻었다. 구조조정 매물을 받아줄 것으로 인식되던 인수 후보들이 되레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혔다.
KT와 SK텔레콤은 그동안 신사업 발굴을 위해 과도하게 계열사를 늘려왔고 본업인 통신업에서도 마케팅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 KT는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분기 적자를 냈고 SK텔레콤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확립과 핵심사업 재편에 따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는 올해 후계 구도와 관련한 지배구조 변화가 가장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계열사 간 합병, 비핵심 사업 정리, 그룹 차원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수정/이유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