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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방법, 다른 생각으로 이 '바늘 구멍'을 통과한 낙타 같은 청년이 있다. 2013년 CJ그룹 하반기 대졸공채에 합격해 현재 CJ CGV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는 양해수 씨(27·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CJ그룹은 계열사에서 1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동일 회사에 지원시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취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점·자격증·토익 등 이른바 '스펙'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열정으로 가득찬 취업준비생들을 뽑기 위한 '묘수'다. 양 씨는 이 제도를 통해 CJ에 입사한 첫 번째 사원이다.
양 씨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직무를 앞서 경험해봤기 때문에 전형과정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대방동 빕스(VIPS)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어떤 계기로 이번 신입사원 선발제도에 응시하게 됐나?
"2011년부터 CJ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CJ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계열사에서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반 대졸신입공채 선발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서류전형만 면제해주는 것인가?
"서류전형만 면제다. 직무적성검사, 1·2차 면접 등은 일반 지원자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아르바이트에 1년 이상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자격인데.
"단순히 서류전형만 면제를 받는다면 큰 혜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회사에서 관련 직무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CJ CGV 같은 고객 서비스 중심의 회사라면 더 그렇다. 직무를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면접에서 얘기하는 콘텐츠가 다르다.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면접 때 더 좋은 점수를 받았나?
"CJ CGV에는 '매니저'라는 직급이 있다. 각 사이트(영화관)를 담당하는 점장 밑에서 고객 서비스, 미소지기(아르바이트)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실제 해보지 않으면 매니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면접에서 면접관이 '매니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는데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실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때는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했나?
"CGV 아르바이트생은 미소지기와 선임 미소지기로 구분돼 있다. 미소지기는 가장 첫 단계로 3D 안경관리, 매표, 팝콘·콜라 판매 등을 한다. 선임 미소지기는 미소지기 인력들을 관리하면서 미소지기가 하는 일들을 보완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쳤다."
▶원래 영화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하는게 꿈이었나?
"고등학교 때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시력이 나빠 지원자격이 안됐다.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원래 영화도 좋아했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다."
▶CGV 아르바이트 경험 외에 다른 어떤 부분을 면접관들에게 어필했나?
"대학생 때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그 나라 영화관을 둘러봤다. 그냥 영화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어떤 점을 서비스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살폈다. 실제 면접 과정에서 CGV의 개선방향과 고객 니즈 등을 설명할 때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됐다."
▶본인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입사하기를 꿈꾸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스펙 대신 시간을 투자해 경험을 쌓아 입사하는 과정인 만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애정이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만약 그 대상이 CGV라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 업무는 고객 서비스기 때문에 관련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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