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빵점' 달고 대기업 입사한 두 청년의 성공기 "남들과 다른 길로 걸었다"

입력 2014-02-11 05:58   수정 2014-02-11 09:10


[ 노정동 기자 ] 청년구직자 100만명 시대에 토익점수 하나 없이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두 청년이 있다.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등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접고 남들과 다른 삶에 베팅한 이 청년들은 지난해 나란히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CJ그룹의 이른바 '수퍼패스' 제도를 통해 2013년 하반기 대졸공채에서 CJ CGV에 합격한 양해수 씨(27)와 '뉴 파트타임 잡(전문인턴제도)'을 통해 지난해 9월 정규직 승격시험을 치루고 CJ푸드빌 사원으로 정규 채용된 김정수 씨(24)다. 이들은 각각 1년8개월과 2년간의 CJ 계열사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대기업의 '바늘 구멍'을 통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CJ그룹 내부에서 '수퍼패스(비공식 명칭)' 제도로 불리고 있는 이 제도는 계열사에서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 지원자에게 대졸공채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년8개월간 CGV 아르바이트를 통해 동기들보다 한 발 앞서 현장을 경험한 양 씨는 '수퍼패스' 제도를 통해 CJ에 들어온 첫번째 입사자다.

CJ그룹의 '전문인턴제'는 푸드빌 등 일부 서비스 계열사에서 2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 지원자 중 역량평가, 승격시험 등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김 씨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닌 2년간의 근무 태도, 업무 적합도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경우 직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대방동 빕스(VIPS)에서 이들을 만나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바늘 구멍'을 통과한 비결을 들어봤다.

◆ "일을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은 달라요"

이들은 CJ그룹의 이 같은 채용 제도가 있어서 자신들에게 기회가 없을 줄 알았던 대기업 채용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도서관에서 토익 점수를 쌓는 대신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를 다녔던 양 씨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전혀 다른 분야에 취업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많았다고 한다. 주변에선 '취직 잘 되는 과에 들어와놓고 웬 영화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는 게 양 씨의 설명이다.

양 씨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1년8개월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영화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고객들을 어떻게 응대해야하는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다른 경우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는 이 학문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과감히 자퇴를 택했다. 이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스테이크 전문점인 빕스에 들어와 아르바이트 생활을 시작한 것.

김 씨는 "처음 스텝으로 들어가면 매장 운영에서 가장 기본적인 계산, 고객 응대부터 배우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면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며 "기본적인 일을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은 나중에 관리자가 됐을 때 분명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변으로 면접관 사로잡아

무조건 아르바이트 기간만 채웠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양 씨가 거친 대졸공채의 경우 기본요건(일정 등급 이상의 영어말하기 테스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결국 최종합격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면접관들의 테스트를 통과해야한다.

양 씨는 "일을 해보지 않으면 이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뜬구름 잡기'식의 답변 밖에 안나온다"며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면접관이 어떤 요지의 질문을 하는지 파악이 되니까 면접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씨는 2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실제 근무환경에서 면접 과정을 치룬 케이스다. 오랜 기간의 근무 태도와 고객을 응대하는 역량 등을 판단해 매니저가 아르바이트생을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안할지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 씨는 "별다른 노력없이 2년을 버티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채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동료들과의 협업,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등 일정 기준을 통해 평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 "다양한 제도로 양질의 일자리 마련 지속"

현장 경험을 통해 대기업에 입사한 만큼 이들의 최종목표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현재 동기들과 함께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는 양 씨는 CGV가 세계적인 멀티플렉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매니저 직급부터 구체적인 노력들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양 씨는 "대학 시절 해외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영화관은 꼭 둘러봤다"며 "우리나라와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 문화들을 보며 배울 것과 개선해야할 것들을 머릿속에 많이 담아올 수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나중에 꼭 반영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플로어에서 고객을 응대하던 업무를 주로했던 김 씨는 현재 주방 '막내' 일을 배우고 있다. 점장이 되기 위해서는 홀부터 주방까지 모든 일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씨는 "조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갈 수 있다"며 "일이 끝나면 시간을 쪼개 사이버대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틈틈이 공부도 한다"고 말했다.

CJ그룹은 향후에도 '수퍼패스'(비공식 명칭), '전문인턴제' 등 채용과정에서 현장 경험을 갖춘 인재를 더욱 비중 있게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고, 기업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도가 높은 준비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양한 제도 마련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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