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 의사 비중 2016년 30%로 낮춰
간병 대신 건강보험 적용 '포괄간호서비스'
대형병원 문턱 낮아져 '쏠림' 가속 우려도
[ 임원기/이준혁 기자 ]
위암 환자인 75세 이모씨는 올초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25일간 입원했다. 선택진료를 받으며 2인실과 4인실을 이용한 그는 2주간 간병인도 썼다. 이씨가 낸 병원비는 모두 1135만원. 이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693만원으로 전체 병원비의 61%에 달했다.
앞으로는 이씨 같은 경우 병원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11일 발표한 ‘3대 비급여 제도개선 방향’에 따르면 이씨의 진료비 중 3대 비급여 관련 본인부담금은 2017년 234만원만 내면 된다.
◆3대 비급여 건강보험 편입
정부가 내놓은 ‘3대 비급여 제도개선 방향’은 최대한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흡수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가 관리·통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선 선택진료비는 단가 인하, 진료의사 감축, 건강보험 전환이라는 3단계를 거쳐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올해 내에 환자가 부담하는 선택진료비 가산금액을 현행 20~100%에서 15~50%로 조정한다. 100만원짜리 일반수술 항목이 선택진료가 되면 200만원(가산비율 100%)이 되는데 이를 150만원(가산비율 50%)으로 낮춘다는 것. 현재 병원별로 80%까지 지정할 수 있는 선택진료의사 비중을 2015년에는 65%로 낮추고, 2016년에는 30%로 줄일 계획이다.
2017년에는 남아 있는 선택진료의 가산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건보가 50%를 부담한다. 명칭도 선택진료에서 ‘전문진료의사 가산제’로 전환된다. 선택진료는 54년 만에 폐지되는 셈이다.
상급병실료는 일반병실 확대를 통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올해부터 일반병실을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의무 비율을 현 50%에서 70%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일부 대형병원은 이 비율을 맞추려면 2인실 일부도 일반병실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연간 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간병비는 포괄간호서비스로 줄여가기로 했다. 올해 33개 공공병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중소병원으로 확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후 2018년부터 모든 병원에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 우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대변인은 “낮은 진료비로 인해 상급종합병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복지부는 손실분을 100%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진료 개선으로만 2017년까지 의료기관들이 입게 될 손실(진료비 감소 총액)이 1조5000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고도 기술이 필요한 전문적 수술 처치 등의 가격을 올려주고,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공공성 연구성과 등을 기준으로 우수의료기관을 선정해 높은 진료비를 받을 수 있게 해줄 계획이다.
이 밖에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병원의 문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대형병원 쏠림 문제는 3대 비급여 대책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고도의 수술 등은 높은 가격을 인정해주고, 일반 진료는 가격을 낮추면 대형병원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진료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원기/이준혁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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