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여론 등 영향 미친 듯
[ 김동윤 기자 ]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사진)이 애플에 대한 자사주 매입 확대 요구를 철회했다. 애플이 최근 자사주 매입을 재개한 데다 시장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칸은 10일(현지시간) 애플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50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요구 안건을 오는 28일 열리는 애플 주주총회에 제출해 표대결을 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지난해 애플 경영진에게 “자사주 매입 규모를 1500억달러로 늘리라”고 요구했다가 이후 규모를 500억달러로 줄인 바 있다.
아이칸이 애플에 대한 배당 확대 요구를 철회한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애플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최근 2주 동안 1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사실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월스트리스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아이칸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플이 이미 자사주 매입 요구를 거의 이행했다”며 “구속력 없는 제안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인 ISS가 지난 9일 애플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자금 집행에 대해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이칸의 배당 확대 요구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유한 것도 아이칸이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이칸은 올 들어서도 애플 주식 약 5억달러어치를 추가 매입해 현재 약 40억달러 규모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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