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설명은…韓 "숫자 계산에만 치중" 美 "폭넓은 사고에 초점"
[ 김유미 기자 ]
한국의 경제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는 11일 ‘201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과 미국의 경제 관련 중등교과서 교과내용의 창의성 비교연구’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프렌티스홀)과 한국(교학사) 중·고교에서 활용하는 경제교과서를 비교했더니 관련 사례와 개념 설명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설명이다.
두 교과서 모두 경제학의 기초인 ‘기회비용’ 개념을 앞부분에서 설명했다. 한국 교과서는 기회비용 설명에 이어 명시적 비용, 암시적 비용 등 추가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기회비용을 숫자로 계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반면 미국 교과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하고, 이는 다른 유익한 선택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논문은 “미국 교과서는 합리적 선택의 과정에 초점을 둬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고 평가했다.
기회비용을 보여주는 예시도 미국 교과서가 풍부했다. ‘계속 잘 것인가, 일찍 일어나 스키를 탈 것인가’와 같은 개인적인 사례 외에도, ‘우유공장 건설과 무기 생산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등 기업, 사회, 국가적 차원의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반면 국내 교과서는 ‘빵과 아이스크림’ ‘짜장면과 칼국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예시로 삼았다. 논문은 “국내 교과서는 단순한 일상의 개인 사례를 주로 제시해 기회비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어진 틀에서 정해진 유형을 공부하는 ‘수직적 사고’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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