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중국 경제의 구원자는 '독지가'?

입력 2014-02-13 13:40  

“중국 경제의 구원자는 ‘독지가(자선사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다.”

최근 만난 한 중국전문가가 전한 말입니다. 주요2개국(G2)인 중국 경제의 구원자가 일개 개인들이라는 게 얼핏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뒷 얘기를 듣고 보니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중국에선 요즘 연이어 그림자금융의 일환인 자산관리상품(WMP)의 부도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WMP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중국은 해외 투자가 불가능한데도 예금 금리가 아주 낮습니다. 거의 제로금리에 가깝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가 소유인 국유은행들의 경영을 돕기 위해 만들어놓은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중국 민간인들은 딱히 투자할만한 상품이 없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게 WMP입니다. 대략의 구조는 국유은행이 대출채권을 민간 신탁회사에 넘김→신탁회사는 대출채권을 유동화 시킴→주로 지방정부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만듦→이 상품을 다시 은행으로 넘김→은행이 WMP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식입니다.

은행은 사실상 대출업을 하는 셈인데요. 대출채권을 넘기는 방식을 취하면 은행 대차대조표에 ‘대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표면상 건전성에 문제가 없게 됩니다. 지방정부는 까다로운 대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고객들은 WMP에 투자해 은행 예금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WMP를 판매해 왔습니다. 마치 원금보장이 되는 것 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소비자들도 국유은행이 판매 주체다 보니 “무슨일이 생기면 정부가 메워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상품을 샀습니다. 물론 이 상품은 원금보장이 안되고, 중국 정부와도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게 지방정부의 인프라 사업이 잘 되서 수익률이 충분히 날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지방정부의 투자 과잉 문제가 나오면서 일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정부가 신탁회사에서 받은 자금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따라서 WMP도 부도가 나는 사례가 잦아졌습니다.



규모가 적으면 그냥 WMP를 부도 내면 되는데, 그간 은행들의 무분별한 판매로 WMP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이게 부도나기 시작하면 개인들의 집단 파산은 물론 은행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국 정부가 급한데로 몇몇 부도건을 막아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WMP를 보장해줬다”는 소문이 커지면 보상 요구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설명이 길었습니다만, 그렇다보니 중국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 ‘독지가’를 통해서 WMP의 부도를 막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부가 돈을 주되, 익명의 개인이 기부를 해 WMP의 부도를 막게 하는 것 처럼 포장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정부가 WMP를 보증한다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줄부도를 막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나름 묘안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그 만큼 중국 정부가 WMP 부도 사태에 대해 해결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구 언론들이 연일 ‘중국발 금융위기’설을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워낙 어려운 문제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독자들께서도 관심있게 보셔야 하는 주제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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