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표 기자 ] “신문기사에 난 사고 병원은 우리 병원이 아니에요.”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병원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다 두 달째 뇌사상태에 빠진 여고생 장모양에 대한 단독 기사(12일자 A33면)가 나간 뒤에도 해당 병원은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보도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성형관련 카페 게시판이 들끓고 있다. 해당 병원을 성토하는 댓글과 함께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하려고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하려 했던 장양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기자는 수천 개의 댓글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을 발견했다. 네티즌이 기사를 읽고 해당 병원에 항의 전화를 했더니 상담원으로부터 “우리 병원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 가족이 사법당국에 수사를 정식 의뢰한 사건인데 병원 측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이어서 기자가 지난 12일 확인 전화를 걸었다. “사고가 났던 게 맞느냐”는 질문에 상담원은 “우리 병원이 사고를 낸 게 아니라 사고를 낸 원장이 사고 후 병원에서 잠깐 일한 것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것”이라고 발뺌했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날에는 기사가 나간 직후라 혼란스러워 직원이 실수로 잘못 답변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상담원은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정 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하고는 바로 끊었다. 5분 뒤 재차 확인하자 “우리 병원은 사고병원이 아니다”는 거짓 해명을 반복했다.
이 병원 홍보책임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자 “병원 설립 후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이라 직원들 모두가 혼란스럽다”며 “전화 온라인 카카오톡 등 수많은 경로로 문의가 이어져 일부 상담원이 정확한 사실을 모르고 답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의 거짓 답변을 전해들은 장양 가족은 “어처구니 없다. 정말 병원 측이 그렇게 말하더냐”고 되물었다. 병원 측 전화 상담원의 연이은 거짓 해명을 들으면서 이 성형외과가 두 달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한 여고생의 쾌유보다는 문제를 덮는 데 더 급급한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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