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MBK의 굴욕? ADT캡스 인수 후보들에 컨소 제안했다 거절 당해

입력 2014-02-14 15:28  

본입찰 앞두고 막판 수싸움 치열
연기금 "KKR 빼고 돈 달라 찾아왔다"
KKR 우세 속 의외의 복병 나올 가능성도 높아



이 기사는 02월14일(05: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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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사고 파는 M&A(인수·합병) 무대는 현란한 전략, 전술이 구사되는 전쟁터다. 흑색 선전이 난무하고, 자신이 가진 패는 철저히 감춘 채 남의 패를 훔쳐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경쟁자가 탐하는 물건이라면 먼저 침을 발라 못 가져가도록 선점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사모펀드(PEF) ‘선수’들끼리 경합이 붙은 ADT캡스 본입찰(17일)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KKR 우세 속 ‘복병’ 누가될까 촉각
최대 관전 포인트는 KKR,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 스탠다드차타드PE, 베인캐피탈 유니타스캐피탈컨소시엄, IMM PE 등 6명의 후보들이 본입찰에서 최종 가격을 얼마로 제시할 것이냐다. 각 진영은 설날 휴가도 반납한 채 기업 가치 분석에 몰두해왔다. 특히 미국 본사 허락을 얻어야 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이날 새벽까지도 응찰 가격을 정하느라 밤잠을 설친 것으로 알려졌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 후보로 꼽히는 곳은 KKR이다. 조셉 배 대표가 이끄는 KKR 아시아팀은 어피니티와 함께 지난달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58억달러에 매각하는 저력을 보였다. 2012년 말에 마무리한 펀드 자금 모집에서 60억달러 목표를 채우기도 했다. 최소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쿼티(equity) 투자금을 기존 블라인드 펀드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데다 오비맥주 인수금융을 조달해 준 산업은행과 다시 호흡을 맞추며 막강 진용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KR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KKR이 얼마를 지를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타이코 미국 본사와 모건스탠리 뉴욕 본부가 주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측과 가장 가까운 후보는 KKR일 것”이라며 “KKR이 설혹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고 비슷한 가격을 써내더라도 타이코는 이왕이면 신뢰 관계가 있는 KKR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KR 외에 칼라일와 어피니티도 ‘화력’면에선 뒤질 게 없다. 칼라일 아시아펀드와 어피니티도 지난해 조성한 펀드 규모가 40억달러 가량이다. 하지만 KKR만큼 공격적으로 ‘베팅’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칼라일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비롯해 LIG넥스원과 교보생명 주요 지분 인수 등 최근 1~2년 동안 ‘무리하게 가격을 쓰지는 않는다’는 원칙 아래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어피니티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본입찰 최저 가격을 써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보수적인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연기금 메자닌 투자 3000억 가량될 듯
KKR, 칼라일, 어피니티를 제외한 3개 후보들은 연기금 등 메자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축전
을 벌여왔다.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몇몇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KKR을 빼고 다른 후보들은 모두 한 차례 이상씩 찾아왔다”고 귀띔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이나 어피니티는 진짜 돈이 없어서 연기금을 접촉했다기 보다는 다른 후보들이 차지하지 못하게 선점하려는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려는 진영들은 대략 3000억원 정도를 연기금 투자 몫으로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가격을 1조80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절반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고, 나머지 9000억원 가운데 3000억~4000억원을 3% 최저 수익률을 조건으로 연기금에 할당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에쿼티 투자를 5000억원 밑으로 내릴 수 있어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엑싯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복병’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각측이 제시하는 가격(최소 1조8000억원)에 대해 ‘거품’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어떤 M&A 거래이든 항상 사려는 쪽에선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된 온 데다 보안산업의 미래 가치에 거는 기대가 워낙 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몇몇 후보들이 모여 KKR 등에 ‘과열 경쟁 자제’를 요청했다는 설(說)이 나오는 등 겉으로는 몸을 사리고 있지만 보안산업 시장에 처음 나온 매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격을 써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만해도 지난 12일 경비 분야 국내 4위 업체이자 작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네오에스네트웍스(NSOK) 를 인수했다. 당초 ADT캡스 인수를 위한 강력 후보였던 SK텔레콤은 회장 부재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M&A를 성사시켰다.

이에 대해 M&A 업계 관계자는 “ADT캡스는 너무 덩치가 커 현재 SKT 상황에선 인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NSOK 인수를 통해 보안산업에 거는 SKT의 기대를 시장에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만일 SKT가 NSOK만으로도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향후 4~5년 뒤 ADT캡스가 다시 매물로 나왔을 때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병주 회장의 행보에 쏠리는 관심
MBK파트너스의 행보도 여전히 관심거리다. 예비입찰에서 1조4000억원을 써냈다가 탈락했지만 본입
찰에 기존 후보들 중 하나와 컨소시엄 멤버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모건스탠리 뉴욕은 MBK파트너스의 본입찰 참여 요청에 대해 다른 후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MBK는 KKR, 베인캐피탈과 접촉했으나 성사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와 손잡아 에쿼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MBK는 보수적인 가격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의사 표시를 해왔기 때문에 KKR, 베인캐피탈이 굳이 MBK와 손을 잡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체’로 분류되던 SC PE에 대해서도 재평가 목소리가 나온다. 1975년생으로 사모펀드 대표들 중에선 젊은 나이에 SC PE를 이끌고 있는 김태엽 대표는 ADT캡스 한국 경영진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애초 타이코 미국 본사가 ADT캡스를 매각할 계획을 세웠던 게 2012년께였다”며 “당시 가장 먼저 접촉한 곳이 SC PE였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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