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삼성 사장들 '한계돌파' 전쟁중

입력 2014-02-14 20:40   수정 2014-02-15 04:33

인사이드 Story

박중흠 사장, 사무실에 야전침대…적자 탈출 총력전
박상진 사장, 한달중 20일 해외출장…유럽·인도 등 시장개척
최치훈 사장, 예고 없이 현장 방문…안전시스템·조직 정비
최치준 사장, 엔지니어 영업팀 꾸려 새로운 고객 찾기 나서



[ 윤정현 기자 ]
요즘 삼성그룹에서 가장 유별나고 지독한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이가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그는 서울 상일동 본사 집무실 한쪽에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아예 그곳에서 자곤 한다.

저가 수주에 따른 실적 악화에다 시공을 맡았던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에서 물탱크 폭발 사고가 나자 이건희 회장은 작년 8월 삼성엔지니어링을 구할 소방수로 그를 투입했다. 지난해 하반기 그로서도 추락하는 실적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만 1조원이 넘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경영사령탑을 맡은 박 사장은 제때 퇴근해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없었다.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해야 했고, 경영진부터 독기를 품어야 했다. 그래서 야전침대를 갖다 놨다. 이후 집으로 퇴근할 때보다 사무실에서 밤을 보낼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이 회장이 올해 경영화두로 제시한 ‘한계 돌파’를 몸으로 실천하는 CEO가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비록 회계장부에서 손실을 털어냈지만 여전히 미래 수익성 측면에선 고민이 많다. 그 해법을 찾아야 하는 박 사장으로서는 ‘야전침대’가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 밤새워 일하며 임직원들에게는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의 ‘부위정경(扶危定傾)’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30만명이 넘는 전 세계 삼성 임직원들이 받은 신경영 특별 보너스를 흑자가 날 때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각오에 따른 것이다. 최근 야전침대 얘기를 전해 들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박 사장에게 “올해는 좀 그러지 말라”며 말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독종 CEO다. 삼성카드에 근무하다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건설 사업을 맡은 그는 사전 예고 없이 현장을 찾는다. 수행 비서도 없이 공사장에 나타난 그를 보고 현장 책임자들이 적잖이 놀란다고 한다. 당황하는 사업장 책임자에게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현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최 사장이 삼성물산에서 귀가 닳도록 반복하는 말은 ‘안전과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다. 글로벌 수준으로 시스템과 조직을 정비하면 어떤 불확실성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삼성사장단 회의에서 ‘안전 습관화’에 대해 강연한 듀폰 출신의 김동수 전 삼성석유화학 고문을 따로 초청해 임직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도 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 역시 현장 중시형 CEO다. 임직원들이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출장이 잦다. 미래 수익사업을 찾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경영자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국 시안에 전기차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삼성SDI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인도 등 세계 곳곳을 직접 찾아 거래처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육성에 나선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정보기술(IT)업계가 아닌 유통업계를 상대로 하는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엔지니어들을 영업 전선에 대거 투입한 것. 기술에 대한 이해가 시장을 여는 열쇠라고 판단해서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 사장인 그도 다음주 독일 전시회에서 세계적인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영업을 뛸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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