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검은거래' 낀 카드결제 중개수수료, 1건당 100원에 리베이트가 60원

입력 2014-02-14 21:33   수정 2014-02-15 04:35

밴社·대형가맹점 유착 관행 파헤쳐보니

카드결제 수수료 시장 9000억대…밴社, 대형가맹점 유치경쟁 치열
합법 리베이트는 처벌 못 해 매년 '뒷돈 거래' 늘어나



[ 박상익 기자 ]
국내 정보통신업체 A사의 권모 법인영업팀장(49). 회사의 주력사업인 밴(VAN) 서비스 가맹점 영업과 대리점 관리 담당자다. 밴 서비스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등의 결제 정보를 신용카드사와 국세청으로 전송해 결제 승인과 대금 정산, 매출전표 수거 등의 업무를 처리해 주는 사업이다. 권 팀장이 가맹점을 더 유치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뒷돈이었다. 권 팀장은 가맹점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밴 대리점 최모 대표(43)와 함께 국내 한 편의점 본사 전산담당자 박모씨(47)에게 접근했다. 계약을 맺고 유지하기 위해 2007년 9월부터 2년간 5억6000여만원을 썼다.

최 대표는 2005년 A사와의 대리점 관계를 위해 수년간 A사 이모 전산본부장에게 뒷돈 11억원을, 권 팀장에게 6억여원을 제공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16일 배임증재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이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권 팀장과 최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밴 서비스 사업자들이 뒷돈을 건네고 전국에 수천개 지점을 운영하는 대형 가맹점과 계약을 따내는 ‘검은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이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9000억원대로 커져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수수료 100원 받아 60원 리베이트로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한 곳은 유명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코레일유통과 우체국까지 민간·공공을 가리지 않는다. 밴 사업은 대형 가맹점을 유치하면 결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여서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리베이트와 뒷돈이 횡행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밴사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에서 건당 평균 1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가맹점과 신용카드사 사이에 결제·청구 정보를 전송해주고 가맹점이 발행한 신용카드 종이매출전표를 수거해 주는 대가다.

여기에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면 국세청이 건당 20원을 밴사에 세액공제로 지급해왔다. 현금 결제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한 일종의 보상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 발급은 12원, 오프라인 발급은 17원으로 내려갔다. 2012년에 국세청이 세액공제로 밴 업체들에 지원한 금액은 1100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밴 수수료 시장규모가 8000억~9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신용카드 승인 조회 비용은 건당 3~4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밴사나 밴사 대리점의 수익으로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검찰 분석에 따르면 밴사가 100원의 수수료를 받으면 60원 정도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20원의 세액공제 중 15원을 리베이트로 지급한다.

법인(밴사)과 법인(대형 가맹점) 사이의 공식적인 리베이트는 정상적인 가격 경쟁 수단인 영업비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밴사 임직원이나 브로커는 리베이트 외에도 건당 10~20원을 불법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점 영업이익 절반이 ‘리베이트 수입’

대형 가맹점도 리베이트를 많이 챙겨주는 밴사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한 편의점 본사는 2012년 영업이익이 450억원이었는데 절반이 넘는 250여억원이 밴사에서 받은 리베이트였다. 밴 업계는 리베이트가 정상적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VAN협회 사무국장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고 이에 따른 영업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합법”이라며 “현금지급기를 건물에 둘 때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곳은 건물주에게 전기료나 임대료 등을 주는 이치와 같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밴 수수료는 카드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와도 연결돼 있다. 카드업계는 밴 수수료를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이유로 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 공공 밴을 만들고 밴 대리점들이 해왔던 매출전표 수거를 자신들이 맡아 비용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밴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밴 수수료는 전산망 유지보수 비용,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여러 관리 비용이 포함되는데 전표 수거마저 카드사들이 직접 하겠다면 카드사가 비용 절감이란 명목으로 밴사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영업 계약서 필요

전자금융거래법상 밴사와 밴 대리점은 전자금융보조업자로 분류돼 금융당국의 감독이나 제재를 받지 않아 밴사와 카드사 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조율이 쉽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대형 가맹점이 밴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할 때는 처벌할 수 있지만 요구 없이 받는 행위는 처벌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예시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대가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신용카드 거래와 관련하여 금품 또는 재산상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하는 행위’로 바꿨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밴사 영업과 관련한 표준계약서를 시행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관리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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