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16일 '가계 흑자 계속되지만 소비 늘릴 여유는 없다' 보고서에서 최근의 가계 흑자는 소비 증가세 둔화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가계의 흑자율은 2011년 1분기(21.5%)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의 가계 흑자율은 27.5%로 2006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흑자율은 가계 흑자액(소득-지출)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문제는 소득 증가보다 소비 둔화가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가계(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5%로, 외환위기 이후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시기를 포함한 1999~2008년(6.2%)보다 다소 낮아졌다.
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5.6%에서 2.7%로 더 가파르게 축소됐다. 특히 최근 소득 증가율과 소비 증가율의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보고서는 "가계부채의 원금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점,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려는 점 등이 불황형 흑자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한 비중은 2007년 2.0%에서 2012년 2.8%로 소폭 늘었지만 원금상환액 비중은 같은 기간 18.0%에서 28.9%로 크게 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성 보험 납입액 비중이 같은 기간 8.8%에서 9.8%로 높아지는 등 사적연금이나 저축성 보험 수요의 증가는 노후불안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대출 원금 상환 부담, 전월세가의 상승 등 노후를 대비한 저축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계의 '예산'을 제약하는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 축소와 저축 확대 압력이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