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지프(Jeep)는 남자들의 로망이자 정통 오프로드의 원조로 꼽힌다. 그러나 지프 중에서도 그랜드 체로키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도심에서 만족할 만한 주행 성능에 여성들도 탐낼 디자인을 갖췄다. 이목을 끄는 외모에 달리기 실력을 갖춘 이 차, 어디든 데려가고 싶어질거다.
지난 14~16일 시승한 차량은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3.0 디젤. 커다란 덩치 덕에 첫 인상부터 압도되기 십상이다. 차 길이 4825mm에 폭은 1935mm에 달해 도로를 꽉 채우는 존재감을 뽐낸다.
각진 덩치에 얼굴까지 투박하다면 매력이 반감됐겠지만 다행히 정반대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세로 폭이 짧아지고 전조등이 날카로워지면서 도회적인 느낌을 풍긴다.
차에 타면 외관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힘은 오롯이 운전자의 것이 된다. 최고 출력 241마력, 최대 토크 56kg·m의 힘을 내는 V6 터보 디젤 엔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
힘 센 엔진 덕에 2t이 넘는 덩치는 생각보다 가볍게 나간다. 초반 가속력이 살짝 아쉽지만 저속부터 고속 구간까지 매끄럽게 속도를 높인다. 힘으로만 거칠게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당기는 맛이 있다. 기존 6단 변속기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단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렇다고 지프만의 야수 본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모랫길과 자갈길에 진입하자 거칠게 뚫고 나간다. 다이얼 조작버튼을 돌려 모래·진흙·눈·암석·오토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선책할 수 있어 어떤 지면 조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1.7ℓ/km다. ℓ당 10.8km를 달리는 구형 모델보다 연비가 8% 가량 개선됐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간 실제 주행 연비도 10km 안팎을 기록했다.
편의 사양도 이전 모델보다 진화했다. 옆 차선을 달리는 차들이 사각지대로 들어오면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은 차선 변경 시 유용한 기능이다. 앞 차량과 충돌이 예상되면 차가 스스로 멈춰 세우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부분은 수입차의 고질병 내비게이션이다. 목적지 주소를 일일이 집어넣어야 하는 수고와 조잡한 그래픽 지도를 눈감아줘야 한다.
소비자 가격은 7490만원. 어디든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는 차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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