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격진료, 30년간 시범사업만 할 것인가

입력 2014-02-17 20:28   수정 2014-02-18 05:36

원격진료 등을 놓고 충돌을 빚어왔던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오늘 합의 내용을 발표한다고 한다. 양측은 의협이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 지난 한 달간 대화를 해왔다. 정부와 의협은 과연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전향적인 의료개혁 합의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의협은 합의문 발표 하루 전까지도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7가지 거짓말’이라는 광고를 내며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대통령이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를 혼동하는 게 아니냐며 복지부는 정확한 사실을 보고하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아예 대통령조차 바보로 몰아가며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의협이 합의점을 찾았다면 그게 무엇일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합의 내용은 의협 요구를 수용하는 쪽에 훨씬 가깝다. 원격진료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영리 자회사는 허용 범위를 축소키로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의료개혁은 아예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합의가 아니라 합의를 안 하기로 합의한 꼴이다. 의협에 대한 복지부의 항복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도대체 원격진료 문제를 놓고 우리는 언제까지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된 사업이 벌써 20년째 시범이라는 쳇바퀴만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다른 나라들은 이미 본사업을 시작했고 원격진료 시장의 선두주자로 질주하고 있다. 우리만 제자리다. 이대로 가면 30년째 시범사업만 할 태세다. 영리 자회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도 반대하고, 영리 자회사조차 못 한다면 의료산업에는 아예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다. 투자가 없는데 의료개혁이 될 턱이 없다. 결국 건강보험 수가 투쟁만 드높아질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복지부가 이런 내용의 합의를 내놓는다면 이는 의협의 협박에 굴복한 것과 다름이 없다.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전선 전체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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