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출채권 담보대출, 또 전면금지로 가지 않기를

입력 2014-02-17 20:28   수정 2014-02-18 05:34

올초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이어 가짜 매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기가 잇따라 터져 금융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KT ENS 협력업체들의 3000억원 대출사기나, 삼성전자 납품업체 디지텍의 180억원 대출사기나 수법은 대동소이하다. 협력업체 임직원이 있지도 않은 매출채권을 위조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은행들이 대기업 간판만 보고 대출해줬기 때문이다. 허술한 대출심사가 사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외환위기 때 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대마불사, 모럴해저드 같은 해묵은 유행어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신용으로 먹고사는 금융업의 심각한 위기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대처방식은 유감스럽게도 카드 정보유출 때와 똑같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약칭 외담대)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늘 그렇듯 터지고 나서 허둥대는 사후약방문이다. 은행들은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한도를 축소하느라 부산하다. 유사한 대출사기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이다. 이 와중에 골병 드는 것은 중소기업들이다.

진짜 걱정스러운 점은 외담대에 대한 일제 점검 이후다. 만약 가짜 매출채권을 통한 대출사기가 몇 건이라도 더 드러난다면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모른다. 금융당국이 은행마다 대출의 담보가 된 외상매출채권의 진위 여부를 전수 확인할 때까지 담보대출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카드 개인정보 유출 때 뒷감당은 생각도 않고 특단의 대책이라며 텔레마케팅을 전면금지해 종사자 10만명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당국이다.

외담대는 중소기업에 불리해 소위 ‘악마의 제도’로도 불린다. 원청업체가 부도 등으로 못 갚으면 은행이 납품업체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해 연쇄부도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외담대가 15조원 규모에 이른 것은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이 구매대금을 달리 융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에는 일단 틀어막고 보자는 행정편의식 관치로 문제를 더 키우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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