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귀 막은 게임중독법 공청회

입력 2014-02-17 20:33   수정 2014-02-18 05:32

임근호 IT과학부 기자 eigen@hankyung.com


[ 임근호 기자 ] “장소가 협소해 방청객은 7~8명밖에 못 들어갑니다.”

17일 오후 5시15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게임 중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 법안은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묶어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국가가 이를 관리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국회 상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공청회였다. 신 의원이 “공청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해 온 만큼 게임업계는 걱정과 함께 한편으론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공청회가 극소수 사람들만 참여한 채 진행되자 업계는 “결국 이럴 줄 알았다”며 “우리가 너무 순진했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공청회는 여야 의원 8명과 로펌 변호사, 법대 교수, 예술학과 교수, 정신과 교수 등 패널 4명, 그리고 일부 방청객만이 참여한 채 진행됐다.

국회까지 찾아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과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을 마음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은 “의원님들이 협소한 곳에 장소를 잡으셔서…”라는 말로 양해를 구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던 게임중독법 공청회는 방청객만 200명 넘게 몰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공청회는 개최일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4일 보건복지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돼 ‘졸속 개최’란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패널 섭외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한 패널은 공청회를 닷새 남겨두고 공청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 일반적으로는 공청회 개최 2~3주 전에 패널들에게 참여 의사를 묻는다. 이번엔 자료 준비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 공청회가 열린 것.

듣기 위한 공청회가 아니라 ‘귀 막은 공청회’란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회법상 법안을 상정하려면 공청회를 한 번은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청회를 열었지만, 반대 측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관계자는 “전체회의 일정상 시간이 촉박해 법안소위 차원의 공청회를 연 것”이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임근호 IT과학부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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