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으로 몰리는 '전세난민'…"좀 더 싸게 집사자"

입력 2014-02-17 21:34   수정 2014-02-18 04:45

[ 문혜정 기자 ]
지난 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경기 용인시 성복동 버들치마을 성복자이1차 아파트(전용 124㎡·사진)에는 무려 36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가 7억500만원대인 고가 중대형 아파트였지만 감정가의 84%인 5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매각된 안양시 호계동 현대아파트(전용 59㎡)에는 23명이 응찰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의 입찰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의 전세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경매로 내집을 마련하려는 ‘전세난민’들이 경매법정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아파트 입찰 경쟁률 최고치 경신

17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경기지역의 아파트·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에 대한 평균 경매 응찰자 수는 9.8명으로 나타났다. 2001년 이 업체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응찰자 수는 해당 물건에 입찰표를 제출한 수를 합산한 것이다. 서울은 7.2명으로 2011년 1월(8.2명) 이후 가장 높다. 인천은 7.8명이다.

경쟁률이 평균 10 대 1을 넘는 ‘과열 지역’도 적지 않다. 경기 이천(13.7명), 부천(12.3명), 의왕(11.5명), 안양(11.5명), 남양주(11명), 오산(11명) 등이 대표적이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 지역인 고양(10.9명)과 용인(10.6명)의 경매 경쟁률도 10 대 1을 넘어섰다.

일산신도시와 행신·화정지구 등이 있는 고양시는 2006년 11월(14 대 1) 이후 이달 최고치다. 용인시도 지난달(10.1명)에 이어 두 달 연속 10대 1 이상이다. 수도권에서 경기를 제외한 지역으론 서울 성북구(10.5명)와 인천 연수구(12.3명)가 입찰 평균경쟁률 10 대 1을 넘어섰다.

사람이 몰리면서 낙찰가격도 상승세다. 이달 16일 기준으로 수도권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3%다. 2009년 11월(85%)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작년 2월(76%)과 비교하면 무려 8%포인트 이상 높다. 낙찰가율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째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난·동네 중개업소 경매 참여

주택 경매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가 경기로 눈을 돌리고 있고, 전세보증금에 돈을 더 보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집을 장만하려는 매매 전환 수요도 경매행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은행의 전세가율 발표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64.7%로 서울(62.1%)과 인천(60.4%)보다 높다. 군포와 의왕 등은 70%를 넘는다. 경매시장 경쟁률이 높은 부천, 안양, 고양, 용인, 서울 성북구 등은 모두 공교롭게 전세가율이 지역 평균치보다 높은 곳들이다.

공인중개업소들이 법원경매를 대행하고 있는 것도 경쟁률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상당수 중개업소가 경매 매수 신청을 대리하고 있어 경매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주택매매 수요자들에게 경매 매물을 권하는 중개업자가 늘고 있다. 급매물이나 시세보다 싼 집을 찾으면 공인중개사가 ‘OO단지에 경매 물건이 있는데 대신 응찰해 줄 수 있다’고 권하는 식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세난과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수요자의 경매행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다만 경쟁률이 높아지면 경쟁심리로 오히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어 초보자들은 신중하게 입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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