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격 600만원대 책정
할인 않고 브랜드마케팅 주력
TV·스마트폰으로 확산 전략
[ 이태명 기자 ]
LG전자가 올해 냉장고 신제품 출시 시기를 작년보다 5개월가량 앞당겼다. 가전사업 사령탑인 조성진 HA(생활가전)사업본부 사장의 승부수다. LG가 전통적으로 강세인 생활가전에서부터 시장 흐름을 선도해 TV와 스마트폰 등으로 점차 바람을 확산시켜가려는 의도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2014년형 디오스 냉장고 ‘V9500’ 공식 출시 행사를 열었다. 조 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국내 냉장고 시장은 작년보다 20%가량 커질 것”이라며 “작년엔 신모델을 7~8월에 내놨는데, 냉장고가 오히려 5~6월에 많이 팔리는 점을 감안해 올해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냉장고 수요를 빠른 제품 출시로 선점하겠다는 얘기다.
신제품 이름은 ‘더블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2010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매직 스페이스’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매직 스페이스’는 수납공간을 넓히기 위해 냉장고 오른쪽 문 안쪽에 이중으로 도어를 만든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제품이다. 이번엔 왼쪽 문 안쪽에도 매직 스페이스를 추가로 달았다. 이를 통해 수납용량을 종전 47L에서 86L로 키웠다.
전체 용량도 키웠다. 총 용량은 950L로 LG전자가 지금까지 선보인 냉장고 가운데 가장 크다. 냉장고 성능을 좌우하는 컴프레서는 종전보다 에너지 효율을 45% 향상시킨 ‘5세대 리니어 컴프레서’로 개선했다. 외관 디자인도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
가격은 600만원대로 이전 모델보다 100만원가량 높게 책정했다. LG전자는 이 제품과 함께 김치냉장고를 결합한 ‘다목적 냉장고’와 스마트폰을 통해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품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전자업계는 LG전자의 냉장고 신제품이 용량과 디자인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겨냥해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냉장고 시장은 삼성전자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LG전자와 미국 월풀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중 도어 디자인을 갖춘 메탈 소재의 양문형 냉장고로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올해 초 CES전시회에선 1000L 대용량 냉장고를 선보였다.
조 사장은 이에 대해 “메탈소재와 이중 도어 디자인은 우리가 먼저 시장에 선보였다”고 말했다. 박영일 HA사업본부 냉장고사업부장(부사장)도 “용량은 고객 조사 결과 70% 이상이 950L짜리 냉장고를 선호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며 “사용 편의성을 따져야지 단순히 용량만 키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올해 가전사업 전략에 대해선 “신제품 출시에 맞춰 마케팅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다만 예전처럼 가격 할인보다는 제품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가전 전략과 관련해선 “아직 스마트냉장고 등이 대세로 자리잡을 시기는 아니다”며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LG=스마트’라는 공식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가전 세계 1위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주력제품인 냉장고 세탁기에 이어 올해 빌트인 가전과 오븐사업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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