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소버린 사태’로 파문당한 라자드, 현대그룹으로 ‘면죄부’?

입력 2014-02-19 15:09  

SK그룹 적대적 M&A 시도한 소버린 자문사로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퇴출
현대그룹 LNG전용선 매각주관사 맡아 '관심'



이 기사는 02월18일(05: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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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에 1조1000억원을 받고 팔기로 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이름이 있다. 라자드 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라자드 코리아는 현대상선 LNG전용선 사업부의 매각을 주관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그룹에 1조1000억원을 안긴 구원투수로 재등장했지만 사실 한국 자본시장에서 '라자드' 이름 석자는 금기어였다.

기원은 10여년 전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버린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로 최태원 그룹 회장이 구속된 틈을 타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이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던 바로 그 사건이다. 당시 소버린의 자문사가 라자드였다.

프랑스와 미국계 투자은행(IB)으로 전세계 대형 M&A를 주무르며 명성을 쌓아온 라자드였지만 우리나라업의 입장에선 '국내 대표기업을 적대적 M&A 하려했던 외국자본에 꾀를 빌려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소버린의 적대적 M&A가 실패한 이후 라자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차원에서 '출입금지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원기업들이 M&A 등 자본시장에서 거래할 때 라자드를 매각주관사나 인수자문사로 사용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결의함에 따라 사실상 '파문'을 당한 것이다.

주 고객들로부터 집단 불매운동을 당한 라자드로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밖에 없었다. 명맥만 유지해 오던 라자드가 다시 살아난 건 지난해 권영범 라자드 한국지사 대표와 최우석 전 도이치증권 대표가 라자드 코리아를 경영자인수(MBO) 하면서다.

부활을 선언한 이래 라자드는 KKR과 어피니티로부터 오비맥주를 되사온 안호이저부시인베브의 인수자문사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현대상선 LNG 전용선 사업무 매각을 주관하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대표격인 '현대가'의 매각을 주관하자 일부에선 '드디어 라자드가 재계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 출신의 권 대표와 골드만삭스 도이치증권을 거친 최 대표가 '소버린 사태'와는 무관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속단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인베브는 전경련의 '파문'이 효력을 미치지 않는 외국회사이고 이번에 현대상선의 매각을 주관한 것 역시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최표가 현대그룹의 자문을 맡았던 인연 때문이란 것이다.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IB시장에 미친 '소버린'과 '라자드'의 충격이 워낙 커서 쉽게 잊혀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중소·중견기업 M&A에 특화된 자문사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기업은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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