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지도는 담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

입력 2014-02-19 20:29   수정 2014-02-20 05:30

행정지도를 따랐던 것은 담합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년 소주업체들에 부과한 담합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과 관련, 대법원은 어제 업체들의 담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소주시장은 국세청이 선두업체인 진로를 통해 전체 소주업체의 출고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가격 담합은 인정되지만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건 소주업체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가격 담합 자체가 인정될 수 있는지 면밀히 다시 살피라고 주문한 것이다. 외형상 담합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소주업체들이 국세청의 방침에 요령껏 대응한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동안 국세청의 지시대로 움직였는데 무슨 담합을 했다는 것이냐는 소주업계의 하소연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공정위라고 업계의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국세청의 가격 통제는 내가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업체 때려잡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려면 국세청의 가격 통제를 거부하라는 말인데 이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국세청의 지시와 명령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이 비단 소주업계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래도 터지고 저래도 터지는 업체들만 죽을 맛이다.

주무부처의 가격 통제를 따르다가 담합 제재를 당하는 곳이 어디 소주업계뿐이겠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시시콜콜한 지시를 받아야 하는 신용카드업계도, 산업통상자원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정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두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통신업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툭하면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이제는 가격 통제를 안 받는 업종을 찾기 힘들다. 정부의 은밀한 통제는 아예 증명하기도 힘들다. 업자를 찍어 누르더라도 최소한 정부 안에서 회의라도 하고 하나의 일관된 방침으로 찍어 눌러주기라도 하면 그나마 참겠다는 것이 업계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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