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의존 '한계'
'고용 없는 성장' 탈피
열쇠는 결국 내수에
[ 김유미 기자 ]
내수(소비·투자)는 추락하고 수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한국 경제의 ‘외화내빈’이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낳는 데는 수출보다 소비가 훨씬 효과적이지만, 서비스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란 게 문제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날 열쇠는 결국 안(내수)에 있다는 진단이다.
◆달갑지 않은 ‘제조업 강국’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10년 산업연관표’에서 국내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이렇게 드러나 있다. 산업연관표는 경제활동에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 그 생산과 처분내역까지 품목별로 상세하게 담아낸다. 이번 통계는 2010년을 기준년으로 삼아 3만여개 사업장 실측조사 등을 5년 만에 반영한 것이다.
2005년과 비교해 2010년 실물경제 규모는 1.6배 불어났다. 산업의 두 축인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세가 엇갈렸다. 제조업 비중은 산출액 기준 45.2%에서 49%로 높아졌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조립가공업 비중이 20.6%에서 23.1%로 커지면서다. 반면 서비스업 비중은 42.3%에서 40.3%로 낮아졌다.
이우기 한은 투입산출팀장은 “주요 선진국은 지난 10여년간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OECD에서 부가가치 상위 20개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평균 59.4%로 한국이 꼴찌였다. 제조업 비중은 이들 주요국(평균 14.9%)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았다.
◆고용창출엔 소비가 즉효
서비스업이 제조업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내수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종수요 가운데 소비 비중은 48.7%에서 43.5%, 투자는 23%에서 21%로 하락했다. 반면 수출 비중은 28.4%에서 35.5%로 7.1%포인트 급등했다. 국내 생산한 조립가공제품의 51.4%(산출액 대비)는 해외로 나갔을 정도였다.
수출 성과가 그만큼 좋았던 셈이지만 고용과 성장 효과까지 감안하면 달갑지만은 않다. 산업별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최종수요가 10억원 발생할 때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취업자수(취업유발계수)는 소비 16.5명, 투자 13.7명으로 수출(8.3명)을 앞질렀다. 같은 가격이면 국내 가계가 소비했을 때 수출길에 올린 것보다 고용 효과가 높았다는 의미다.
◆수출·내수 균형 잡아야
부가가치 창출과정에서도 소비의 힘이 아쉬웠다. 소비 투자 수출 등으로 최종수요가 한 단위 발생할 때 생기는 부가가치(부가가치유발계수)는 2005년 0.736에서 2010년 0.687로 하락했다. 같은 매출 1000원을 올렸을 때 남는 부가가치가 736원에서 687원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이우기 팀장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제조업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수출만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게 국내 제조업의 특징이다.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중간재의 국산품 비율(국산화율)은 5년 새 77.1%에서 74.3%로 떨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위축된 소비를 살려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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