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20일 국내 증권가의 시선은 네이버(NAVER)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쏠렸다.
라인의 기업공개(IPO)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증권가는 라인 가치 분석에 분주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라인의 경쟁 서비스인 왓츠앱의 인수 가격이 공개 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비교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라인 가치 산정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반응은 엇갈렸다. 그간 조성된 라인 가치에 대해 "비싸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과 "라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네이버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오전 11시8분 현재 6%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승승장구하던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다. 페이스북 품에 안긴 왓츠앱이 라인에 악재가 될 것이란 판단이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은 17조 원이 넘는 자금(160억 달러)을 들여 왓츠앱을 인수했다. 왓츠앱은 일일 메시지 전송 건수가 200억 건을 넘는 북미 지역의 최대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이번 인수 가격을 고려하면 왓츠앱의 가입자당 가치는 42달러 선(약 4만5000원)이다. 라인의 경우 7만~8만원으로 평가돼 있다. 라인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왓츠앱의 인수 가격 역시 기대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라인도 이 정도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왓츠앱이 세계 최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라인처럼 게임, 스티커, 콘텐츠 등의 수익모델이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라인의 가치는 이보다 더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올해 네이버가 목표로 하고 있는 5억 명 가입자를 감안하면 라인 가치는 최소한 17조 원 이상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올해 진행중인 라인 IPO도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왓츠앱 가치가 수직 상승했기 때문에 라인 역시 가치가 재인식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과 왓츠앱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라인이 받을 타격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창영 동양증권 연구원은 "왓츠앱은 나름대로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페이스북과의 시너지 발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 성장, 수익모델 다양화 등으로 라인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는 "다른 회사에 대해 코멘트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모바일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라인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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