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크다. 그리고 빠르다. 중국 '창신(創新)경제'의 특징입니다. 시장 규모가 크고 반응도 빨라서 먹히는 아이디어가 사업화 되면 리스크 대비 큰 수익이 날 수 있어요. 엔젤투자가 활성화 되는 이유죠. 결국 시장에서 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국의 대표적 엔젤투자자로 꼽히는 류즈숴(劉志碩) 베이징 중관춘 엔젤투자가협회장은 중국식 창신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엔젤투자의 저력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20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KU중국기업연구소 창설기념 국제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 중국 경제의 원천적 힘을 강조했다.
창신경제란 창의와 혁신이 결합된 용어로 창조경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관춘(中關村)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 매년 3000여 개의 하이테크 기업이 창업되고 있으며 2만 개 이상의 하이테크 기업이 입주해 있다.
류 회장은 "시장이 크고 빠르다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적절하게 상품화 됐을 때 시장 요인으로 인한 실패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엔젤투자의 관점에선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시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IT·인터넷 인프라가 활성화 되면서 더 큰 시장이 형성된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기업 아마존을 앞서는 중국의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비롯해 IT 분야 레노버·화웨이, 인터넷포털 시나·소후,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바이두 등을 대표사례로 들었다.
류 회장은 "이제 젊은이들은 모바일이 손에서 더 자라나 마치 신체의 일부가 된 느낌"이라며 "모든 행위의 95% 이상이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이뤄질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어 "IT·인터넷·이동통신과 전통적 시장이 통합, 확대되는 현상은 투자모델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별화된 중국식 성공모델의 핵심을 '파트너와의 신뢰관계'로 정의했다. 우리말로 관계란 뜻의 '?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식 비즈니스 사고가 반영된 셈이다.
류 회장은 "서구의 글로벌기업은 협력 파트너를 자주 교체하거나 자꾸 새로운 협력업체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해선 오히려 창신경제가 어려워진다"며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검증받은 협력관계의 신용도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는 건국대가 중국기업연구소 설립을 맞아 류 회장을 비롯해 중국 칭화(淸華)대가 주도하는 산학연 창업 롤모델인 '칭화홀딩스' 관계자들을 초청해 개최했다. 송희영 건국대 총장은 격려사에서 "한·중 양국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 창신경제의 상호보완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면 세계 최고수준 벤처기업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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