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 '제옥스' 회장, 사막횡단 도전한 괴짜 사업가…방수되며 숨쉬는 운동화 개발

입력 2014-02-21 06:57  

"패션은 디자인이 아닌 발명"…이탈리아 최대 신발브랜드 우뚝

와이너리 가업 물려받았지만 늘 새로운 것 찾아 도전 감행

네바다 사막 횡단 나섰다가 기능성 신발 아이디어 떠올려
45세때 직접 창업에 나서

리스크 적은 아동용부터 진출
의류사업까지 영역 넓혀 세계적 백만장자 대열 올라



[ 김동윤 기자 ]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 회장은 이탈리아의 신발·의류 제조업체 제옥스(Geo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패션업체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보통 디자인이다. 폴레가토 회장은 다르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권’이라는 것이 평소 철학이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유럽특허청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유럽 발명가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폴레가토 회장의 이 같은 ‘집착’은 그의 독특한 창업 스토리에서 비롯됐다.

사막에서 창업 아이디어 떠올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폴레가토 회장의 부친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대표였다. 폴레가토 회장이 어렸을 때 부친은 아들의 입술을 와인으로 적시며 “이 아이가 우리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그러나 폴레가토 회장의 부모들은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엉뚱한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폴레가토 회장의 성격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폴레가토 회장은 일단 가업을 승계했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가 와인 홍보차 미국에서 열리는 와인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였다. 공식 일정을 마친 뒤 폴레가토 회장은 네바다주 사막 횡단에 도전했다. 수시간째 사막을 걷다 보니 발이 너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가지고 있던 ‘스위스 아미(Swiss army)’ 칼로 신발에 구멍을 냈다. 한결 편해졌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폴레가토 회장은 즉각 연구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목표는 ‘숨을 쉬면서도 방수가 되는 신발’을 만드는 것이었다. 3년간의 노력 끝에 관련 특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즉각 당시 유명 신발 제조사들을 찾아가 자신의 특허를 활용해 신발을 제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폴레가토 회장 자신이 직접 신발 제조에 뛰어들었다. 45살 때였다.

창업 후 승승장구, 밀라노 증시 입성

1995년 창업 당시 직원이라곤 5명이 다였다. 모두 그의 고향 사람들이었고, 신발 관련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도 전무했다. 그야말로 모험이었다. 창업 자금은 은행 빚으로 해결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있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회사 이름은 ‘Geox’로 지었다. 그리스어로 땅을 의미하는 ‘Geo’와 기술을 뜻하는 알파벳 철자 ‘X’를 결합해서 만들었다.

제옥스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신발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때 기능 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용 신발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폴레가토 회장은 “아동용 신발은 수명이 아주 짧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동용 신발 시장에서 인지도가 생기자 곧바로 성인용 신발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탈리아 내수 시장이 1차 타깃이었다. 글로벌 시장은 5년 뒤에 진출했다.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직원 수는 3만명으로 늘었고, 전 세계 매장 수도 1300개로 불어났다. 전 세계 캐주얼 슈즈 제조업체 중 2위에 올랐다. 2004년에는 밀라노 주식시장에도 상장했다. 전체 주식의 29%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나머지 71%는 여전히 폴레가토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의 성장세에 비례해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덕분에 폴레가토 회장의 지분 가치도 상승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한때 287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부모님들이 불안해하던 그 ‘끼’ 덕분에 폴레가토 회장은 세계적인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의류시장도 진출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린 덕분에 폴레가토 회장은 이탈리아 패션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 CEO가 됐다. 그가 타는 포르쉐 자동차, 그가 입는 옷 등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폴레가토 회장은 그의 성공 스토리를 주제로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혁신’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사람은 커피를 발명했고, 어떤 사람은 피자를 발명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커피와 피자를 애용하게 된 것은 피자헛과 스타벅스라는 회사 때문이다.” 폴레가토 회장은 이 이야기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과 그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사용한다. 그는 그러나 유럽의 국가들은 안타깝게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데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탈리아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그렇지 못하다”고도 종종 말한다.

혁신을 강조하는 폴레가토 회장의 경영철학 덕분에 제옥스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선 이후에도 연구개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2%가량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했다. 2002년 제옥스가 의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연구개발 투자 덕분이었다.

유로존 위기로 회사 전략 수정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께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재정 위기가 발단이 됐다. 유로존 각국의 재정 불안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자 실물 경기 역시 둔화되기 시작했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일부 국가들이 취한 긴축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을 더욱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옥스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지난해 1~3분기 동안 회사 매출은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폴레가토 회장은 전면적인 사업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유럽지역 전체 115개 매장 중 장사가 잘 안되는 곳은 과감하게 문을 닫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유럽 지역의 매장 수는 68개로 줄었다. 대신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특히 새로운 소비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지역에서는 중장기적으로 400개의 매장을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회사가 타깃으로 하는 핵심 고객도 바꿨다. 그전까지 제옥스는 남녀 모두를 겨낭해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성 고객들에게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신발 시장에서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65%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BBC방송은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앞으로는 ‘기능성’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신발’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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